◎평범한 소재로 찡한 감동/고감도 연출/「레인맨」 등 인간의 희로애락 진솔하게 표현/고향사랑 각별… 볼티모어 야구팀 구단주맡아대부분 자기 작품의 각본을 스스로 쓰고 단역으로 자주 나온다. 글 쓰고 연기하는 것으로 할리우드생활을 시작한 버릇이 남아서이다.
그는 플롯이나 질보다는 일화나 연기를 더 중요시해 때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레빈슨만큼 민감한 연출력과 탁월한 글솜씨를 지닌 감독도 많지 않다.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의 한계를 초월할 줄 아는 레빈슨의 능력과 이해력이 절정에 이른 영화가 「레인 맨」(RAIN MAN·88년·UA작)이다. 로드무비와 버디무비(두 남자간의 우정이 중심 플롯)를 섞어 놓은 이 영화도 주 내용은 속될만큼 평범하다. 그 같은 얘기를 레빈슨은 인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감동적이고 지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닳고 닳아 빠진 외제차 수입상인 찰리(톰 크루즈)가 유산의 절반을 받아 내기 위해 생전 처음 보는 자폐증환자인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를 납치, 대륙횡단을 하면서 형제애를 꽃 피우고 삶의 뜻을 재발견한다는 내용. 이 영화가 동종의 다른 영화들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값싼 감상성과 구태의연한 것을 피하고 정상인과 자폐증 환자간의 관계와 기쁨과 고통의 현실을 가차없이 솔직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보 레이먼드는 영악하고 무정한 찰리를 동정심 있고 염려하는 사람으로 변신시키는 촉매구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세속적인 찰리와 이제 갓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는 레이먼드간에는 갈등이 인다. 결국 갈등은 형제애를 낳는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프먼의 눈부신 연기에 가려 놓치기 쉬운 것이 크루즈의 좋은 연기이다. 그는 여기서 비로소 잘 생긴 청춘스타의 틀을 벗어 던지고 자신과 자기의 연기능력을 깊이 천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폐증 환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랫동안 실제 환자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시드니 폴락 등 거장들이 작품에 손을 댔다가 물러서기도 했다. 아카데미 작품, 감독, 각본상과 베를린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볼티모어 태생인 레빈슨은 고향에 대한 집착이 대단해 고향과 할리우드를 오락가락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50년대 말을 배경으로 20대 문턱에 들어서려는 청년들의 일상을 그린 자전적인 영화 「다이너」(82년·감독데뷔작)와 「틴 맨」및 「아발론」등이 모두 볼티모어 영화이다.
그의 할리우드 영화로는 야구우화 「내추럴」, 베트남 주둔 미군 DJ 실화인 「굿모닝 베트남」및 레빈슨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상업적 영화 「벅시」 등이 있다. 92년에 만든 반전환상영화 「토이즈」는 레빈슨의 최초의 큰 실패작품이다. 레빈슨은 워싱턴 DC의 아메리칸대에서 방송저널리즘을 공부하다 LA로 와 연기지도학교에 등록했다. TV의 코미디각본을 쓰고 출연도 하다가 영화계로 넘어와 각본을 썼다.
그는 감독들과 달리 시각성보다는 대사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영상들은 때로 펑퍼짐하다. 레빈슨은 또 시대감각에 자상한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야단스런 영화가 판을 치는 할리우드에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레빈슨이 있다는 것은 매우 마음 놓이는 일이다.
90년 볼티모어 제작사를 설립했고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동구단주이기도 하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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