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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위기/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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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위기/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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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교포가 북한에 초청돼 갔다가 당국 몰래 황해도의 시골 고향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 이분은 자타가 인정하는 친북한인사였다. 당초 방문스케줄에는 고향방문이 들어 있지 않았는데 자신이 친북인사인데 북한의 어디를 가든 어떠하랴 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허락없이 찾아갔었다. 부모는 이미 타계했고 연로한 맏형이 고향에 살고 있었다. 교포는 형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평양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왔었다. 이 교포는 황해도 시골에서 본 북한실정이 너무 비참해 미국에 돌아온 후 북한지지 태도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한동안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어쩌다가 북한얘기를 할라치면 『20세기도 다 가는 이런 세상에 우리 민족이 도대체 그렇게 비참하게 살 수가 있습니까』라고 울분을 터뜨리곤 했다. 형님네 식구들은 남루한 옷에 형편없는 식생활을 하고 있었고 70이 넘은 맏형을 포함한 식구들은 얼마나 농사일을 많이 하는지 손이 부르트고 붓고 해 도무지 그 고생을 다 헤아릴 수 없었다고 했다. 더욱 가슴아픈 것은 이런 가운데도 북한사람들은 틈만 있으면 『우리가 이렇게 잘먹고 잘사는 것이 김일성원수 덕분』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는 것이다. 이 교포는 체제고 이념이고에 상관없이 이런 지독한 독재가 한반도에 남아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북한의 식량사정은 92년부터 급격히 나빠져 왔다. 탈출교포들의 얘기를 들으면 지역에 따라서는 벌써 십년이상 만성기아로 시달리고 있는 곳이 많다. 곡물의 절대 생산량이 부족해 90년대 이후부터 매년 1백65만톤 내지 2백70만톤을 외국에서 사들여 와야 식량수급을 맞출 수 있는데 외화부족으로 이런 곡물구입을 감당할 수 없으니 자연히 배고픔이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두끼먹기 운동을 벌이다가 이제는 하루에 한끼먹기 운동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왜 식량 때문에 이런 모진 고생을 해야 하는가.

북한의 공식자료에 의하면 북의 경지면적은 논 64만정보, 밭 1백46만정보로 남한의 논 1백29만정보, 밭 75만정보에 전체적으로는 크게 밑돌지 않고 있다. 남한은 논에서 나는 쌀만 5백30만톤수준으로 4천5백만인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게 생산하고 있다. 북한인구는 남한의 절반 수준밖에 안될 뿐 아니라 남한의 배에 가까운 밭경작지에서 옥수수같은 잡곡을 생산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따지면 곡식이 부족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대해 북한문제 전문가 고태우(북한문제연구소)씨는 북한의 식량부족현상은 농지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경작부조리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집단농장인구중 농사일에 동원되는 사람은 전체인구의 37%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당관리위원회의 각조직, 탁아소 등의 비생산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동인력이 부족한 상태인데다가 곡물재배를 위한 정보나 곡물의 유통통로가 뚫려 있지 않아 전국 생산량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곡물재배정보가 농촌진흥청과 같은 유능한 기관을 통해 확산되고 또 시장통로를 따라 곡물이 유통되기만 한다면 북한경작지를 갖고 얼마든지 식량자급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모든 정보가 수직적 이동만 허용될 뿐이며 이윤을 따라 움직이는 시장경제가 없기 때문에 쌀생산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누가 독재는 가난 때문에 망한다고 했는데 북한은 현정권이 급격히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독재체제를 풀고 개방사회로 나아가 식량난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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