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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 노골적으로 표현한 고려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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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 노골적으로 표현한 고려속요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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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이상곡」 옛선율 복원/국립국악원,전문가위촉 고악보 해석·재현/느린박자·단순한 가락 “시공초월한 감동”/9일 한국음악창작발표회서 첫선 뵈기로고려시대 궁중연회에서 불려졌던 속요 「만전춘」과 「이상곡」.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가사때문에 유교를 국시로 삼은 조선시대 들어 배척받았던 이 노래들이 수백년만에 되살아나게 됐다.

최근 국립국악원은 집념어린 노력끝에 고악보에 전해 내려온 이 노래의 선율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전통음악을 재현해 대중화하는 의미있는 작업을 계속해 온 국립국악원이 지난해 국악 작곡가들에게 이 노래들의 재현을 위촉, 이번에 그 결실을 본 것이다.

1일 하오 1시30분 국립국악원 정악 연습실. 소금과 장구, 아쟁, 피리, 해금, 가야금등 전통악기로 구성된 정악연주단은 고즈넉한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색동치마와 흰두루마기를 곱게 차려입은 여창자와 남창자는 연주단의 반주에 맞춰 「만전춘」 「이상곡」, 그리고 또다른 성악곡인 「창수곡」을 재현해 불렀다.

다소 느린듯한 박자와 단순한 가락, 꾸밈없는 선율과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 가사는 시공을 초월하여 듣는 이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판소리와 사물놀이, 강렬한 리듬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그윽한 향기가 느껴졌다. 감회어린 표정으로 연주를 지켜보던 한 국악인은 『가사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성악곡들의 선율은 지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심신의 수양을 돕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 노래들은 영조35년(1759년) 서명응등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대악후보」(7권7책)에 우리전통음악 표기법인 정간보 형태로 실려 있다. 「대악후보」는 주로 세조시대와 그 이전의 악보 모음집이다. 「시용향락보」등과 함께 중요한 고악보로 꼽히는 이 책에는 모두 26곡이 수록돼 있는데 그중 10여곡이 「만전춘」과 같은 성악곡이다. 윤명원 원한기 박일훈등 국악작곡가들은 한자와 다양한 부호로 노래의 박자, 소리의 고저등을 표시한 정간보를 해석해 오선악보에 옮겨 적었다. 이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으로 노래의 선율을 다듬었다. 이 성악곡들의 재현은 93년 「시용향악보」의 재현 이후 국립국악원의 두번째 역작인 셈이다.

재현된 노래들은 9일 하오 7시30분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41회 한국음악창작발표회에서 소개된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이종구 작곡의 관현악곡 「신영산」과 최재륜의 성악곡 「소월과 목월」, 전인평의 관현악곡 「고려가요에 의한 피리협주곡」등 4곡의 창작곡도 함께 발표된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 지휘자 임진옥은 『옛 노래와 가락을 재현하는 것은 국악 창작에 큰 도움을 준다. 재현되는 우리의 노래들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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