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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대국답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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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대국답게(사설)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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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얼빈시에서 모처럼 열린 조선족문화축제에 한국연예인들이 초청되었다가 중국측의 저지로 출연이 취소되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수교이후 지속되어온 우호적인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우리의 정상급 연예인 6명은 지난 2일하오 행사직전에 그곳 공안당국으로부터 공연불허통고를 받았고 숙소외의 출입마저 통제되었다. 축제는 폭우로 중단되었다지만 조선족 관중들의 실망이 컸을 것이다.

이 조치에 대해 중국측은 연예인들의 입국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공연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를 받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연예인들의 중국입국이 그동안 관광비자로 허용된 관례로 보아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음이 엿보인다. 그 정치적 목적이란 다름아닌 조선족들의 지나친 한국화경향에 대한 우려와 북한과의 관계때문으로 볼 수가 있다.

사실 지난해 10월의 리펑 중국총리 방한때와 5월의 이홍구 총리방중때 오고 간 대화에서도 그런 조짐이 감지될 수 있었다. 두 차례의 만남에서 「조선족에 대한 민족의식과 영토의식고취를 자제해달라」는 중국측의 의사표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따라서 지도층은 이들 소수민족들의 분리주의운동을 각별히 경계해 왔다. 특히 주로 동북3성(요령·길림·흑룡강성)에 모여사는 2백만 조선족들이 높은 교육열, 바른 예절, 근면성등에서 돋보여 호평을 받아온 사실을 알고 있으나 최근 잦은 교류와 함께 지나치게 한국화하는 걸 꺼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대국임과 대범함을 자랑해 온 중국이 문화축제에 까지 이처럼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 매우 실망스럽다. 행사기간이 마침 6·4천안문 사태 6주년을 맞는 시점으로 주요도시가 경계태세에 들어간데다 최고 실력자의 사망임박설, 지도층의 권력기반강화작업이 맞물려 있긴 하지만 순수민속문화의 잔치였음을 중국측은 인식했어야 했다.

92년의 양국수교이후 한국인의 중국방문은 계속 늘어 올해에도 35만명이상이 그곳을 다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중국측의 우려처럼 우리 방문객들이 그곳 동포들을 만났을때 「한핏줄」과 「한 고향」을 강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개방된 세계에서 그런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당국도 중국측 반응에 지나치게 경직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광복50주년행사등에 중국의 조선족참여를 제한토록 결정하는등 성급한 대응보다 불필요한 오해부터 설득하고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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