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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예인/김용(서울에서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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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예인/김용(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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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있을때 예술인 경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TV를 보니까 북한의 연예인들은 옷도 예쁘게 입었던데 연예인들 대우가 괜찮은 모양이지요』

나는 이런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한참 망설이곤 한다.

서울의 연예인들은 좋은차 타고 좋은 옷 입고 극성스러운 팬들의 사랑에 묻혀 산다.

북한의 연예인도 그러겠지 하는 것은 착각이다. 쌀독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니다.

북한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영화배우들이나 만수대예술단 피바다가극단의 무용배우나 가수들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덤비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앞에서는 모르는체 하다가 지나간 다음에 자기들끼리 『야, 저사람 누구야』하고 수근대는게 고작이다.

북에 있을때 연예인 생활을 한 나는 여기에 처음 왔을때 이해되지 않는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처음에 와서 TV를 보니 키가 작고 좀 예쁘장한 사람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난데없이 『오빠 오빠…』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일어나 손을 흔들고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난리를 친다.

나는 『야 저사람은 키가 작아도 친척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 가족 친척 다 모아 놓고 쇼를 하는 모양이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돈에 팔촌까지 다 모아도 저렇게 많을까. 이해가 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가족 친척들이 아니라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오빠부대의 대환영을 받으며 노래를 부른 사람을 다름아닌 인기가수 조용필씨였다.

북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면 세상에 어디 그런 일이 있겠는가 하고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에서는 오로지 김부자와 당에 대한 우상화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북한 연예인들이 여기 연예인들처럼 자가용을 타고 화려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 예술인들은 말 그대로 단벌신사이다. 북한 말로는 「맵시쟁이 단벌신사」이다. 나 자신도 북한에서 옷 세벌이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나의 친형님이 스케이트 국가대표선수로 외국에 경기를 나갈때 입었던 옷을 이따금씩 얻어입어 세벌이었다.

북한 예술인들은 개별적으로 입고 다니는 옷 자체가 너무 남루하기 때문에 TV나 행사장 같은 곳에 나설때에는 예술단 의상실에서 무대의상을 빌려 입고 나간다. 와이셔츠와 넥타이 구두까지 빌려야 한다. 자기 옷을 입고 나가는 사람은 높은 간부의 자녀들이든가 아니면 해외에서 살다 온 교포가족들 정도이다.

한국에 온지도 3년5개월이 됐다.

나는 지금 한국관광공사 홍보부 대리로, 「머리를 빠는 남자」 「빨래를 하는 남자」의 작가로, 방송인으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용이 들려준 북한유머집」이라는 책을 냈고 올 7월에는 앨범 2집을 출반한다. 이 모든것은 자유품을 찾아온 나에게 돌아온 사랑의 결실이다.

□약력

▲60년 5월 평북강계 ▲강계 북천중·고교졸 ▲2·16 김정일 예술학원졸 ▲김책공업대졸 ▲평양 영화·방송음악단 가수 ▲백두산 건축연구원 책임지도원 ▲한국관광공사 홍보부직원 ▲저서 「머리를 빠는 남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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