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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차단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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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차단 안된다(사설)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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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노사분규가 본말이 뒤바뀌어 미묘하게 변질되고 있다. 당사자인 노사간의 쟁의타결노력보다는 정부가 명동성당과 조계사에 분산, 농성하고 있는 한통노조간부들을 검거하기 위해 두곳에 공권력을 진입시킬 것인가의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민감한 상황이 잘못하면 정부와 관련종교계의 대립을 초래하는 재난적인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정부와 종교계가 한통노사의 대리전을 전개하는 국면을 가져와서는 안된다. 정부와 종교계는 이 문제에 현실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명동성당과 조계사의 이해와 양해가 더 크게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적절하게 행동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법원으로부터 농성중인 노조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고도 공권력투입을 유보해왔다. 대신 관할경찰서장을 명동성당과 조계사로 여섯번이나 보내 영장집행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거부됐다. 정부로서는 관련종교계의 권위와 권능을 존중, 거기에 상응하는 나름대로의 「예의」를 차린것이라 하겠다.

국민수권에 의해 법과 사회질서확립의 책무를 지고 있는 정부로서는 공권력의 행사를 마냥 자제만 할 수 없다. 현재의 김영삼 정부가 정통성이 인정되는 민선정부이고 또한 한통노조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발부된 것이고 보면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행사는 정당성이 있다. 국민 다수는 적법성을 갖춘 공권력이 성당이나 사원의 문턱에서 차단되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

물론 성당, 사원, 교회등 종교기관이 피난을 요구하는 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전통적인 종교적 관행의 하나로 평가되고 또한 인정돼 오고 있다. 그러나 도움이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에게나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는 없다. 합당한 명분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설령 교리상 구원의 대상자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해도 일반신도들이나 사회의 공감을 얻으려면 보편적인 사회규범에 맞게 선별이 있어야한다.

한통노조간부들이 농성하고 있는 명동성당이나 조계사는 지금까지 이들에게 피난처의 제공등 도움을 줘왔다. 단순한 보호뿐이 아니다. 전략의 숙의, 기자회견등 활동의 거점을 제공한 것이다. 명동성당과 조계사는 한통노조간부들에게 할만큼 다해준 것같다. 심지어 과보호의 인상까지 준다. 일부 종교인들은 후견세력으로 나서고 있다.

종교계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 노사분규에 말려드는 것을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공권력행사를 허용하거나 수용할때가 왔다고 본다. 아니면 한통노조간부들이 스스로 떠나도록 종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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