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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무정」/한국 최초의 근대소설(고전여행: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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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무정」/한국 최초의 근대소설(고전여행:10)

입력
199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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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애·구가치 갈등 사실주의 문체로 표현작가 이광수(1892∼1950년)는 한국근대문학사의 영욕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근대소설의 개척자로서 뛰어난 문학적 업적이 찬사를 받는 반면 일제말기의 친일행적은 그와 그를 연구하는 후학들을 괴롭히고 있다.

2·8독립선언서를 작성해 3·1운동을 촉발한 그마저 일제에 굴복했다는 점이 한국지식인들에게 심한 굴욕감을 주었지만 자유연애 민족주의 페미니즘등 근대사상을 세련된 문체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장편소설 「무정」은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봉건제의 타파, 개인의 행복추구, 근대민족국가의 건설이라는 시대정신을 여인 박영채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구가족제도의 표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영채와 자유연애를 추구한 형식·선형 사이의 삼각관계는 당대 사회의 풍속갈등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었다. 따라서 구가치와 새로운 가치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던 대중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됐을 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25세의 청년작가 이광수는 유명인이 됐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동경 유학에서 돌아와 경성학교의 영어강사로 재직중인 이형식은 미국 유학을 준비중인 김선형에게 연정을 품는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된 박진사의 딸 영채는 형식을 사모하며 절개를 지킨다. 그러던 중 경성학교 교주의 아들 김현수가 영채를 겁탈한다.

영채는 죽을 결심으로 형식에게 유서를 남기고 평양행 기차를 탔으나 동경유학생인 신여성 김병옥을 만나 순결이라는 봉건적 관습을 벗어버리고 당당한 신여성이 되기로 결심한다. 일본 유학을 떠나는 영채와 병옥이 신혼여행 길에 오른 형식과 선영을 만나 4명이 조선을 위해 일하는 역군이 될 다짐을 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무정」에서 자유연애는 추상적인 가치로 제시될 뿐만 아니라 민족의식과 부자연스럽게 결부돼 가족제도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상태로까지 나아가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겁탈당해 죽을 결심을 하던 영채가 갑자기 신여성이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버리고 자유연애를 해 결혼한 옛 남자와 함께 조선의 역군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은 비논리적이며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본격 근대소설로서 많은 단점이 지적되지만 「무정」에서 제시된 자유로운 사상과 사실주의적인 문체는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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