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아이들 슬픔의 굴레 벗고…88년 등단이후 진지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여 온 젊은 작가 채영주(33)씨의 장편소설. 「천사의 집」이라는 고아원을 무대로 마른 버짐같이 기름기 없는 유년을 살아 가는 아이들의 슬픔과 희망을 연작형식의 이야기 10편에 담았다. 전남 영암의 한 고아원에서 작가가 석달동안 지낸 경험이 생생한 묘사로 녹아들어 있어 인상깊다.
동생 성우, 경우와 함께 고아원생활을 하는 화자는 중학생 나이로 자신과 아이들의 삶이 뿌리칠 수 없는 운명에 예속돼 있다고 느낀다. 원생들은 가출도 하지만 「등짝 깊숙이 단단한 쇠파이프 한 가닥씩을 꽂고서 끊임없이 동일한 원을 맴도」는 회전목마처럼 슬픈 굴레를 쓰고 있거나, 미숙아 형국이처럼 80년 광주라는 역사의 상처를 온 몸에 안고 있다. 화자의 눈에 비친 고아원아이들의 삶과 그들을 돌보는 이모들, 총무, 집사, 원장아버지의 모습은 작가의 말처럼 「어떤 커다란 전망을 기약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작은 존재와 작은 사랑」에 대해 눈뜨게 해준다.
작가는 소설집 「가면지우기」와 장편 「시간 속의 도적」 「담장과 포도넝쿨」 「크레파스」, 장편동화 「비밀의 동굴」을 발표했다. 문학동네간·6천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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