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성적이외 요소」 비중늘어/과열과외 해소전망/종합생활기록부 「전활동」 평가/학교수업 등한시했다간 낭패교육개혁위원회가 발표한 「5·31교육개혁」의 핵심적인 배경은 학생 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과열과외를 뿌리뽑고 빈사상태에 빠져있는 공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교개위 이명현 상임위원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빼앗아 가는 현행 입시제도의 개혁없이는 어떠한 교육개혁도 의미가 없다』며 『교육주체인 국민의 과외부담을 덜어주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교개위는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과열과외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국·공립대학은 97학년도부터 국어 영어 수학위주의 본고사를 치를 수 없다. 수능시험과 논술고사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하고 변별력을 높일 방침이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방식도 자율화 다양화하기로 했다. 대학은 의대나 약대 지망생이 헌혈을 한번도 하지 않았을 경우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도 불합격처리할 수도 있다. 수학을 못하더라도 문학적 소질이 있다면 국문학과 입학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사회봉사활동 특별활동등 학업외적인 요소들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학교수업을 외면하고 과외공부에 매달렸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연히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고교의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열악한 시설도 첨단시설로 바꿔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과열과외를 부채질해온 주범은 국어 영어 수학위주의 본고사제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외는 주입식 암기교육으로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는 「마력」을 갖고있다. 일선교사에 의하면 실제로 서울대, 연·고대등에서 치러지는 본고사에도 과외가 위력을 발휘할 때가 많다. 결국 학교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과열과외가 확산돼 가계의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관리실장은 『본고사와는 달리 수능시험과 논술고사는 장기간에 걸쳐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와 생활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외가 맥을 추지 못한다』며 『이번 조치가 시행되는 97학년부터 과열과외가 상당히 누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비해 과다한 과외비가 지출됨에 따라 가계는 심각한 압박을 받아왔고 각종 사회병리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과열과외를 해소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교육개혁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계획에 불과하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재원확보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 대입제도가 11차례 바뀔 때마다 항상 명분으로 제시된 것은 불법과외 해소였으나 번번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조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새로 도입될 종합생활기록부의 대국민 공정성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합생활기록부가 공정성을 잃는다면 대학측이 이를 외면할 것이고, 결국 수능시험이나 논술고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교개위가 마련한 세부지침들이 제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망국병으로 치달아온 과열과외가 상당히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종합생활기록부의 공정성 못지않게 방과후 운영되는 학교교육활동이 얼마나 알차게 운영되느냐가 과열과외 근절의 관건이 될것』이라고 말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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