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상후보들의 자질과 장단점을 비교하는 특별회견과 토론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작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성원해왔던 지근 인사들은 후보들의 인물됨과 매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치 양보없이 열전을 벌이는 시도지사후보의 인물평을 들어본다.◎듬직·세심함겸비 신뢰감 절로/교육자명성 행정서도 유감없이 발휘
키 1백79㎝, 몸무게 93㎏. 나는 정원식 후보를 이렇게 소개하고싶다. 정후보처럼 신언서판을 골고루 갖춘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정후보의 훤칠한 외모와 넉넉한 인상이 단연 돋보인 때는 지난 91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였다. 북한 김일성주석, 연형묵 총리와 나란히 서있는 정후보는 그 풍모가 위풍당당해 참으로 든든했다.
정후보에 대한 신뢰감은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생활자세에서도 더해진다. 수십년간 계속하고 있는 아침운동 덕분인지 정후보는 아직 청년같은 활력과 순발력을 자랑한다. 언젠가 젊은 학생들과 한데 어울려 테니스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자기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후보의 진면목은 역시 「교육자 정원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교수로 재직할 당시 정후보의 강의는 명강의로 평판이 나있다. 특히 제자들중에는 캠퍼스 잔디밭에서 활기차고 진지하게 진행되던 토론식 수업에 대해 아직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있는 한 제자는 그때 자신들이 마치 소크라테스를 스승으로 모신 철학도 같았다고 회상한다.
정후보의 교육관은 그가 지은 몇권의 교육학 서적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정박사와 의논하세요」 「머리를 써서 살아라」 등은 가정교육과 인성교육지침서로 오랫동안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인기서적이다.
정 후보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외국어대에서 과격학생들과 맞닥뜨렸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정후보는 총리임명을 받고 외대교육대학원에서 고별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때 노교수의 마음은 얼마나 착잡했을까. 하지만 이튿날 인터뷰기사를 접하고 나는 더 많이 놀랐다. 『채찍을 들고 내 종아리를 때리고 싶다. 침통하지만 시련이 있어도 교육은 포기할 수 없다』 진정한 교육자의 정신과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두고두고 회자되고있다.
그런 정후보가 관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행정가 정원식」으로서의 또다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실 정후보는 서울대교수시절에 이미 행정가적 자질을 보여주었다. 70년대 말많던 서울대 관악캠퍼스 이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때도 그의 진가는 발휘되었다. 그밖에도 지난 69년에는 장기종합교육계획에 참여했으며 86년에는 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 참여해 평소의 교육관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문교부장관을 지내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당시 정후보는 교육환경특별회계법을 만들어 매년 3천5백억원씩 3년간 1조5백억원을 교육환경개선에 지원했다. 지금 각학교에 설치된 여교사휴게실, 반듯한 책걸상은 당시 정후보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처럼 정후보는 여교사들의 고충이나 낮은 책상에 허리를 못펴는 어린 학생들의 불편함을 헤아릴 줄 아는 세심함을 가지고 있다.
이제 듬직한 정원식 후보가 서울시장을 향해 뛰고있다. 그가 방대한 서울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살피느라 긴 다리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갈 것이다. 따스함이 넘치는 우리 모두의 정겨운 「서울살이」를 위해.
○민자당 정원식
▲황해 재령·67세
▲서울대 사대·미피바디대(철박)
▲서울대 교수
▲문교부장관·국무총리
최불암<55·국회의원·본명 최영한>/한양대 영화학과 ▲TV탤런트 후보와의 관계=동향후배
◎민주당 조순/꿋꿋이 정도걷는 다정한 이웃/젊은이 못지않은 정열과 체력 믿음직
지난 며칠동안 나는 조순 후보를 가까이서 모실 기회를 가졌다.
베스트셀러 「경제원론」의 저자로, 부총리 한은총재를 지낸 분으로만 알고있던 나에게 있어 그와의 만남은 큰 기쁨이었다. 나는 며칠사이에 그의 인품과 향기에 온통 취해버렸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순간 나는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나는 요즘 진료시간을 줄이고 조순후보를 돕고있다.
이제는 그가 다정한 이웃,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무엇때문일까. 나와는 다른 세대를 살아왔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내게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의 가식없는 태도와 자세에 크게 매료되었다. 그의 천진하기까지 한 웃음띤 얼굴을 보고 누구인들 그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의 표정에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정과 사랑이 배어있다. 그 속에는 그가 평생 다져온 절제된 생활이 자리잡고 있으리라.
조순후보가 우리나라 정치 또는 선거풍토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나는 매우 궁금하다. 요즈음도 그는 참모들이 요구하는 선심성 공약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야당후보로서 좀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주장을 하자고 요청하는 참모들에게는 매우 섭섭한 일이다. 그는 다른 후보를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일에도 소극적이다.
그가 견지하는 원칙은 너무나 분명해서 우리로서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는 꿋꿋이 자기의 길을 가고있으며 매사에 전력투구하는 사람이다.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그의 「인격의 정치」가 시민에게 전달되어야 할텐데 하고 생각해본다. 새로운 정치, 참신한 정치인을 고대하면서도 우리는 선거를 통해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를 지켜보면서 그의 탁월한 능력과 지칠줄 모르는 정열에 놀라움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는 실로 열정의 인간이며 결단력있는 실천인이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왜 그가 서울시장선거에 나서게 되었는가를.
나는 그분과 지난 일요일 안산에 올랐다. 조후보가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그를 따라 산에 오르면서 크게 놀랐다. 그는 40대초반인 나보다 훨씬 건강했다. 한편으로는 그분의 건강이 부럽기도 하고 헉헉대는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 일이 있고부터 나는 그분이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정신력을 갖고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지금 조순후보가 부럽다. 그는 따뜻하고 넉넉한 인품을 갖고있다. 그는 많은 제자와 당내외에 수많은 후원자를 갖고있다. 그는 언제나 국민의 소리, 역사의 소리를 듣고있다. 그의 인생속에는 시와 정치,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천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균형과 조화의 인간이다. 그는 분명 우리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리의 자랑스런 서울 포청천이 되어 불의를 몰아내고 산신령처럼 서민과 힘없는 이웃의 벗이 될 것이다. 한달후 시장이 되어 우리 앞에 서기를 고대해 본다.
○민주당 조순
▲강원 명주·67세
▲서울대 상대·미버클리대(경박)
▲서울대 교수
▲경제부총리·한은총재
김영환 <40·치과의사·시인>▲연세대 치과대 ▲강남 믿음치과원장 후보와의 관계=선대위 부대변인
◎무소속 박찬종/원칙에 충실 용기있는 정치가/장터돌며 서민고통 나누는 모습 훈훈
내가 박찬종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1980년 봄 하버드대학 교정에서였다. 10·26이후 올듯말듯한 「서울의 봄」을 놓고 우리나라 정국이 극도로 혼미하던 때다.
그때 그는 김종필 공화당총재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치개혁을 주장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고있던 터였다. 그는 최규하 정부가 무너지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리라는 것을 정확히 예견했다. 학위를 받고 미국 명문대학의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속히 귀국하여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자는 그의 말에 설복되어 귀국을 결심했다.
박찬종이 용기있는 정치가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서슬이 퍼런 5공의 통치하에서도 그는 김영삼, 김대중씨등과 연대해 민추협을 결성하여 민주화운동을 추진했고 6·29민주항쟁 이후에도 양김씨가 대다수 국민들의 후보단일화 열망을 끝내 저버리자 그는 머리를 삭발하고 통곡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그후 그는 지역할거주의에 기초한 3김시대의 청산을 주장하며 신정치개혁을 주도해왔다.
박찬종은 누구보다도 성실한 정치가다. 사실상 무소속으로도 그는 5선의원의 관록을 세웠다. 장터를 돌며 쓰레기처리장을 누비며 그는 선거구 주민들의 애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매주 금요일 하오 남들같으면 골프장등으로 눈을 돌릴 시간에도 그는 몰려오는 주민들을 앉혀놓고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박찬종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독실한 천주교신자로서 항상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고 다시 태어나는 용기있는 실천가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홀로서기를 함으로써 음해와 모함을 당하기 일쑤인 그는 결코 남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랑과 눈물로 무거운 짐을 마다않고 지는 사람이다.
그가 지난번 선거때 동지들이 진 빚을 끌어안다 끝내 자신이 희생당한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이 나라는 박찬종과 같은 지성과 양심과 용기를 갖춘 인물을 필요로 하고있다. 지금 서울이 안고있는 교통, 환경, 안전문제등 수많은 문제의 해결은 강인한 실천력과 추진력을 갖고있는 박찬종이라면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후보가 당선되면 지금과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야당후보가 당선되면 정부와의 마찰이 필연적이다.
기초의원들이 정당공천을 받지않는 무소속이듯이 지방자치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장도 가급적 무소속인 경우가 오히려 나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의 60%가 무소속이라는 것을 우리는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박찬종이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고 하여 그가 연약하거나 고립무원의 외로운 정치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를 따르는 수많은 젊은 정치지망생들과 동전 한푼 받지않고 서로 그를 위해 뛰겠다는 4만여 자원봉사자들을 보라. 대다수 시민들은 원리에 살고 원리에 죽을 수 있는 신념있는 정치가 박찬종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를 기대하고 지지한다.
박찬종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
○무소속 박찬종
▲부산·56세
▲서울대 상대
▲신정당대표
▲14대의원(5선)
이상면<50·서울대 법대교수> ▲경기고·서울대 법대 ▲미하버드대(법박)
후보와의 관계=경기고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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