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의성개입 소지 많고 계량화 어려움/치맛바람 부채질·학부모 불신증폭 우려도이번 교육개혁안중에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이 종합생활기록부이다. 교개위는 이 제도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개개 학생의 능력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안이 발표되기 무섭게 각계의 비판과 회의의 목소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제도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이 교육개혁안 제도상의 문제이다. 교개위는 국·공립대학은 예외없이 종합생활기록부를 필수 전형자료로 못박고 또 사립대에도 이의 도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일선고교에서는 종합생활기록부가 벌써부터 가장 민감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반영비율에 대한 언급이 없어 각 대학이 경우에 따라 이 제도를 사문화시킬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명분하에 규정만을 지키는 수준으로 반영비율을 대폭 낮춘다면 결과적으로 고교교과과정과 대입과의 연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종합생활기록부 자체가 갖는 계량화작업의 어려움과 시행상의 문제점에 원인이 있지만 각 대학이 자의적으로 이 제도의 취지를 변질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것은 분명히 개선돼야 할 점이라 할 수있다.
또하나는 시행상의 문제이다. 교사들에 대한 촌지와 「치맛바람」등으로 가뜩이나 몸살을 앓고있는 우리 교육계가 과연 이 제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금보다 훨씬 교사들의 주관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이 제도에서 학부모들의 신뢰와 동의를 이끌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서다.
현재 일선고교의 생활기록부는 학생들의 학업성적뿐 아니라 행동발달상황, 특별활동등을 절대평가해 「가」 「나」 「다」로 나눠 기재하도록 돼있다. 학업성적을 제외한 나머지 평가항목은 내신반영비율이 10%내로 책정돼있지만 일선교사들은 그나마 이를 점수화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50명이 넘고 교사 한명이 가르쳐야 할 학생이 많게는 1천명 가까운 현실에서 어떻게 개개 학생의 「모든것」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울 숭문고의 한 교사는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개성을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급적 후한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하는데 좋지않은 점수를 줬다가 항의라도 받으면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기록부도 비교적 점수화가 쉬운 학생들의 부정적인 행동에 기준을 맞출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려고의 한 주임교사는 이 제도의 성공을 기대할수 있는 것은 교사들의 「양심」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 양심이 죽는다면 어떠한 좋은 제도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즉 교사들의 교육관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지만 이것이 무너진다면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교개위도 이같은 문제점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수준별 교과과정」등 개편된 고교교육과정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는 99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교개위는 교사들의 자의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신설될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평가에 따른 기준을 충분히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합생활기록부가 중등교육 전인교육의 첨병으로서 「효자노릇」을 할지 아니면 교육계의 부패를 부추기는 「악수」로 작용할지는 앞으로 교사들의 의지와 철저한 제도보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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