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DJJPKT맞물려 공방/선거따른 역학구도 변화염두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제기한 「지역등권주의」의 파장이 연일 확산되며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가 민자당의 입을 빌려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지역대결구도를 옹호하는 해괴한 발상』이라고 몰아치자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지역특성과 토양에 따른 주민의 판단을 매도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선택에 대한 도전』이라며 김 이사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또 김이사장이 『여권이 지역등권을 시비하는 것은 지배권리를 놓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며 등권론의 당위를 거듭 주장하는 와중에서 이기택 민주당총재는 『통일을 앞둔 이 마당에 지역을 분할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며 김 이사장을 겨냥했다.
요컨대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정국의 물꼬를 바꾸려는 DJ(김 이사장) 및 JP(김 총재)와 이를 허용치않으려는 여권핵심부가 힘겨루기를 전개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KT(이 총재)까지 가세함으로써 싫든좋든 이번 선거는 청와대―DJ―JP―KT간에 형성된 기존의 정치역학구도와 개개인의 위상에 큰 변화를 몰고오는 중요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현정부 출범이래 이들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자의 육성을 토해내며 첨예한 공방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만큼 지방선거를 보는 정치적 경쟁세력들의 속셈이 복잡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적잖은 정가관측통들은 『이번 선거는 소위 「신3김시대」를 현실로 구현하려는 DJ및 JP와, 세대교체의 결정적 모멘트를 잡겠다는 여권핵심부 및 KT와의 치열한 대리전양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3김이라는 표현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이같은 대결구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전혀 위상이 다른 YS(김영삼 대통령)를 DJ나 JP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것자체가 작위적일 뿐아니라 DJ등이 노리는 구도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을 원만히 수행한후 떠날 사람과 대통령이 되고싶어 못견디는 사람을 어떻게 평면대비할 수 있느냐』는 여권관계자의 반문은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하는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여권핵심부의 이같은 기류나 DJ등의 등권론 혹은 지역주의 주장은 이들간에 팽팽한 견제와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곧 이번 선거결과가 여권의 국정주도권과 DJ―JP―KT의 정치행보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이사장의 지역등권주의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표면적인 설전의 행간에 깔려있는 정치적 함축성에서 찾아야할 것같다. 이와관련, 민주당의 이부영 부총재등이 김이사장의 등권론을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단기적 득표전략』이라고 격하한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한마디로 정국의 주요축들이 우리정치의 아킬레스건인 지역주의를 정면거론한 것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접근방향도 전혀 상반돼 선거과정과 결과에 미칠 파장은 쉽게 점치기 어렵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내각제개헌과 정계재편문제도 본격 대두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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