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로 승용차10부제가 종료된 후 서울의 교통사정이 다시 더 악화됨에 따라 특단의 교통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서울시장후보들도 각종 교통대책을 내놓으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도 민선 서울시장은 무엇보다 「교통시장」이 되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 교통전문가들은 앞으로 실시해야 할 바람직한 교통대책으로 주행세를 꼽고 있다. 자동차세등 자동차보유에 따른 세금을 대폭 폐지하는 대신 휘발유등의 가격을 현행보다 1백%가량 인상해 자동차를 많이 운행하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내고 적게 이용하는 사람은 적게 내는 수익자부담원칙을 도입, 자동차이용을 줄이자는 것이다.◎운행따른 수익자부담 높여 체증완화론에/휘발유값 인상으로 물가상승 반대주장도
올초 서울시도 승용차10부제등 교통특별대책을 시행하면서 정부에 주행세도입을 정식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경제원등에서는 주행세는 휘발유값 인상에 따른 소비자물가상승을 야기할 뿐 아니라 조세정책상의 문제, 형평성의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도입에 소극적이다. 실제 재경원은 최근 서울시의 주행세 도입주장에 정면으로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는 내용의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 한국포럼에서는 주행세도입론의 근거, 찬반의견, 장·단점, 세제상의 어려운 문제들과 함께 시민들이 주행세를 바라보는 관점등을 정리해 본다.<이영섭 기자>이영섭>
◎찬성/원제무교수 서울시립대/“교통수요억제에 가자 효과적/차생필품 시대 보유세금 줄여야/집행상 난관은 정책의지로 해결”
새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교통사정은 과거에 비해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체증, 승차난과 공해는 더욱 악화, 국민들의 짜증과 분통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기회있을 때마다 교통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교통생활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1년에 GNP의 3.2%인 9조원에 달하고 있어 한해의 공교육예산과 맞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수요를 억제하지 않으면 국가경제도 클 수 없고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지 이미 오래다. 교통수요억제가 가장 효과적인 교통정책이라고 할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주행세이다. 주행세 도입취지는 휘발유값에 일정한 몫의 추가적인 세금을 얹어서 차량의 과다한 운행을 감소시키려는데 있다.
경제수준, 사회비용등을 잣대로 우리나라의 휘발유값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휘발유가격은 너무 싸다. 반대로 자동차 구입단계에서 세금은 너무 높다. 자동차가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된 마당에 차량이용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야 한다는 것 또한 국민적 합의이다.
그럼 이같은 합의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자동차세는 재산보유에 대한 세금과 도로훼손, 대기오염, 교통혼잡에 대한 비용부담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자동차가 사치품일때에는 재산보유에 대한 세금부담이 무거워지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이용이 보편화한 시점에서는 자동차세의 중심축이 차량이용단계로 이동돼야 한다. 왜냐하면 교통체증으로 사회적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차량운행에 비례해 차량운전자가 그만큼의 세금을 물어야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금체계는 차량을 한달동안 사용하지 않고 집에 놔두는 사람이나 하루에 1백씩 운행하여 한달이면 3천를 달리는 사람이나 전혀 차별을 두지 않는다. 자동차의 취득·보유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은 우리나라를 1로 볼때 미국이 0.08, 독일이 0.32, 일본이 0.68로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12배, 독일과 일본에 비해 각각 3배 1.4배 높다. 그러나 운행단계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우리나라를 1로 할때 미국이 0.18, 독일이 1.62, 일본이 1.26으로 미국에 비해서는 높지만 독일, 일본에 비교하면 낮다.
운행단계에서 세금이 낮은 주요한 원인은 우리나라의 휘발유가격이 선진국중 미국 다음으로 싸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행적인 세금체계하에서는 소비자가 일단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면 자동차를 마음껏 굴리게 되는 구조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행 자동차세금구조에 주행세를 접목시키는데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정책의 기본원칙은 현행 자동차세의 전체적인 수준은 그대로 두고 자동차세속에서 보유단계세금을 주행세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취득 보유단계의 세금을 50% 인하하고 이몫만큼 주행세를 신설하는 정책대안등을 검토해 볼수 있다. 보유단계의 배기량별 차등인하방법은 소형차의 인하폭을 높게 하고 대형차는 적게하여 소형차 내지는 경차의 보유를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행세도입은 몇가지 문제로 집행상의 난관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행세를 통해 교통혼잡을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정책을 수립해 집행할 수 있다고 본다.
교통문제는 구호만 내건다고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문제개선은 지나치게 차량이용을 많이 하도록 조장하는 현행 자동차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왜곡된 자동차세의 구조를 인식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주행세를 통한 교통수요억제라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을 때에만 진정한 교통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원제무교수 약력
▲46세 경기 용인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 ▲미국 MIT대졸업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반대/최광교수 외국어대/“국세·지방세·보험료 하나로 통합/세수 관리·배분등 난제도 많아/교통세인상·통행료 대안검토를”
도시의 교통혼잡, 특히 대도시의 교통혼잡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주행세의 도입이 논쟁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극심한 교통혼잡을 감안하면 조세정책수단등 이용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주행세의 도입은 다음에 지적하는 바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행세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험회사등 수입의 귀속 주체가 다르고 부과 기준도 서로 다른 세금과 보험료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어서 관리 행정상의 문제가 있다.
조세정책적으로 보면 보유과세로서의 지방세인 자동차세와 주행세로서의 국세인 교통세를 부과하는 현행제도는 논리상 문제가 없으나 동일한 세원에 국세인 교통세와 지방세인 자동차세를 주행세 형태로 동시에 부과할 경우 각각의 세율 조정은 동일한 세원에서 동원 가능한 총세액을 국가와 지자체간에 배분하는 문제로 직결되는바 이의 배분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전국을 대상으로 주행세를 일괄징수하여 시군구별로 분배해야 하는데 지자체간 이해가 상이하여 분배기준에 대한 합의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징수하는 주유소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배분하면 주유소의 편재에 따른 세수 불균형의 문제가 발생하며 시군별 등록 자동차수에 따라 배분할 경우 연중 수시로 일어나는 등록변경을 파악하는데 따른 징수행정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보험료를 주행세에 통합하면 정부가 일괄 징수, 배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보험가입자 모집과 서비스제공과 관련하여 보험회사간에 구축되고 있는 현행 시장경쟁체제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회사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보상 및 서비스에 소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보험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는 보험가입자라도 주행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주행거리는 짧아도 사고는 많이 일으킨 보험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보험원리상 보험료는 운전자의 특성, 위험도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책정하게 되는 것은 문제다.
주행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를 책임보험료의 할인·할증을 통해 반영하겠다고 하나 현재 책임보험료는 자동차 전체보험료의 25%수준에 불과하여 위험도를 반영하기가 곤란하다.
주행세가 주행비용을 높여 혼잡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라면 무리하게 자동차세와 자동차 보험료를 통폐합하는 것 보다 94년 이후 휘발유, 경유에 부과되어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교통세의 부담을 올려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경제에는 아직도 도로 철도 항만등 방대한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소요가 있으며 이 분야의 투자확대가 국가경쟁력 향상및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다. 또 자동차 소유의 대중화 추세에 따라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등 보유에 따른 세금부담은 줄이고 주행에 따른 부담은 늘려야 한다는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있다. 그렇다면 교통세의 인상과 통행료부과등의 방법으로 이 두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하겠다.
자동차관련 세금을 정책목적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은 꼭 필요하나 주행세 도입은 조세논리상, 합목적성, 그리고 행정상에 있어서 문제가 많으므로 수용돼서는 안된다. 주행비용을 높여 교통량을 감소시키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으나 문제점이 많은 대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교통세세율의 조정과 통행료부과의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광교수 약력
▲48세 부산 ▲서울대 상대졸업 ▲미국 메릴랜드대 경제학박사 ▲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겸 대학원 교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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