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3차례 대일제안/우리측 식량제공 거부 속셈도북한의 파상적인 대일외교공세가 일본에 대해 국교정상화교섭의 재개를 자청해서 요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북일수교회담 재개에 미온적이던 북한은 29일 베이징(북경)에서 가진 양국 대사관관계자들의 비공식접촉에서 교섭재개에 응할 뜻을 밝힌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쌀 제공요청, 노동당 일본초청 요구에 이어 1주일도 채 안되는 사이에 3번째의 대일제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북일국교교섭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는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기색을 보인반면 북한측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지난 3월말 일본연립여당대표단이 북한을 방문, 양국의 협상재개문제를 협의할 때도 북한은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아 연립여당대표단은 합의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귀국시간을 늦추어야 했다. 일본외무성이 지난 4월중순께 베이징에서 북한대사관의 고위 관계자와 만나 「신속한 교섭재개」를 촉구했으나 북한관계자로부터 『본국에 문의해 보겠다』는 맥빠지게 하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러던 북한이 갑자기 일본과의 교섭재개를 서두르는데 대해 다마키 모토이(옥성소)현대코리아연구소 이사장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 일본으로부터 식량원조와 함께 막대한 배상금을 신속히 받아내야할 필요성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마키씨에 의하면 북한은 일본과의 국교교섭재개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면 한국측이 제공하려는 쌀을 거부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일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어 한국의 고립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측의 이런 속셈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와 연립여당은 북한측의 교섭재개제의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연립여당측에 요청한 쌀지원문제를 촉진하기 위해 양동작전을 쓰는지도 모른다』며 신중한 자세를 표명했지만 정부와 여당측의 고위관계자들은 『북한측이 교섭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교섭재개요구에 대해 일본은 기다렸다는듯이 응할 방침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지난 3월말에 체결된 양측의 협상재개합의서는 양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할수 있는 소지가 너무 많아 협상재개직후부터 이의 해석을 둘러싸고 마찰이 야기될 것은 분명하다. 또 92년 11월 양국의 교섭이 중단된 원인이었던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교사였던 이은혜 문제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거론치않을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은 교섭이 재개되면 의제로 삼는다는 방침을 굳혔기때문에 북일교섭이 재개된다고 해도 조기에 원만한 타결이 이뤄지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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