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사서… 문인·출판인 등 100여명 참석한국일보사가 제정한 「제6회 팔봉비평문학상」 시상식이 30일 하오 3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김성우 한국일보 상임고문겸 주필은 평론집 「사랑과 권력」으로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문학평론가 김주연(숙명여대교수·54)씨에게 상금 5백만원과 상장, 상패를 수여하고 치하했다.
팔봉의 10주기인 올해의 시상식에서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씨가 팔봉 10주기 기념사를 통해 문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팔봉을 회고했다. 시상식에는 팔봉의 딸 김복희씨등 유족과 운영위원인 아동문학가 윤석중 시인 구상씨,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김윤식, 김치수씨를 비롯 김주영 김광규 이시영 오생근 최윤 한승원 황동규 이근배씨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팔봉비평문학상은 문학비평에 과학성을 도입한 팔봉 김기진선생(1903∼1985)의 문학적 유지를 기리기 위해 한국일보사가 유족 출연기금으로 제정, 문학평론가를 대상으로 매년 시상하고 있다.
◎「사랑과 권력」으로 수상 김주연 교수 소감/“문학의 실존적 모습은 모순” 절감/“문학의 세계는 모순일뿐 유토피아도 아니고 컴퓨토피아도 아니기에 차라리 이 모순을 사랑하기로”
먼저 이 상을 제게 주기로 결정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수상의 소감이 반드시 기쁜 것만은 아닌, 다소간 무거운 것도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여러 동료비평가들이 이미 수상한 바 있는 이 상이 이제는 능력있는 후배에게 갔어야 옳았을 것이라는 소회에서 생겨나는 송구스러움, 민망함과 같은 감정이 없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같습니다. 물론 문학상을 포함한 모든 상이 반드시 그 사람의 능력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니므로, 보다 훌륭한 분들에게는 넓은 아량을 구해야 할 것같습니다. 그러나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수상작이 된 저의 평론집 「사랑과 권력」은, 바로 이러한 수상의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학적 제도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반성, 기성관행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이기에, 심한 자기 모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순-그렇습니다. 이미 수년전 저는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라는 책자를 상재한 일이 있습니다만, 문학은 모순의 양식이라는 것이 문학을 바라보는 저의 눈입니다. 한 젊고 유능한 평론가가 저의 책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하였듯이, 문학은 이념적 측면에서는 진보적이며 형태적 측면에서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어떻게 보면 본질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은, 문학이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을 동경하고, 모든 이를 껴안는 사랑하는 자의 몸짓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허명과 제도라는 권력적 요소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는 총체적 사랑의 표현이라고, 아주 자주 거창하게 역설됩니다만, 사실상 글쓰는 이,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구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학 속의 이러한 모순, 한계는 마치 하나님이 세우셨다는 교회가 연약한 인간들에 의해 오히려 지상의 갈등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과도 흡사합니다.
그러나 이 모순은, 그것이 모순으로 인식되는 한, 결코 절망될 수 없는 문학의 실존적 모습일 것입니다. 이런 한에 있어서 저는 세계에 절망한 나머지 오직 문학만이 유일한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믿어온 저 니체 이후의 모더니즘이나, 문학이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데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해온 저 발자크 이후의 도덕주의에 모두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학의 참된 얼굴은, 모순덩어리인 우리 자신의 모습 이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마침 팔봉 김기진선생의 10주기 되는 해입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명색, 평론을 쓰기 시작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시점에서 팔봉선생의 비평가로서의 자취를 새삼 되돌아 볼 때, 문학은 모순이라는 제 나름대로의 명제가 더욱 절절하게 온 몸을 휘감는 것을 감출 수 없게 됩니다. 문학의 사회적 책무에 통렬한 비판의식을 지녔던 선생의 초기 세계와 문학의 예술적 질서에 대한 존중과 감각의 그 이후 세계는, 선생의 비평문 곳곳에서 선생을 괴롭히면서 때로 충돌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분명 모순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창과 방패가 서로 겨누면서 균형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모순이라는 말의 원래 의미가 그렇듯이, 선생의 비평문학을 풍성하게, 건강하게, 아름답게 지켜주었던 것은 바로 이 모순의 힘이 아니었을까 문득 느껴집니다. 모순은 팽팽합니다.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눈을 부릅떠 세상을 보고 언어를 보겠다는 그 힘은 이 팽팽한 긴장으로부터 나온다고 나는 믿습니다.
문학의 세계는 이렇듯 다만 모순일뿐, 그 곳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컴퓨토피아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비평가를 포함한 문학인의 세계에는 최고도 없으며, 일인자도 없으며, 탁월한 재능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문학을 믿되, 다만 맹목적으로만 믿을 수 없는 자들의 힘든 씨름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차라리 이 모순을 사랑하기로 합니다. 이 모순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더불어 나는 오늘의 이 감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김주연 문학평론가·숙명여대교수>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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