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우리는 어머니라> 라는 문안으로 된 삼성생명의 이미지 광고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삼성생명은 가정의 달에 맞춰 제작된 그 광고가 각 신문에 실린후 좋은 반응을 얻자 포스터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데, 한달사이 4만5천여장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그 광고에는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의 사진이 실려있는데,그들의 미소띤 얼굴은 어딘지 슬프게 보인다. 입은 웃고 있으나 눈동자엔 눈물이 스치는 그런 얼굴이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이란 서술대로 낙조깃든 얼굴에는 고단함과 쓸쓸함이 배어있다. 오직> 우리는>
그 광고가 성공한 이유는 바로 슬프면서 따듯한 얼굴때문인 것 같다. 활짝 웃으며 골프채를 휘두르는 정력적인 아버지, 날아갈듯 우아하게 보료위에 앉아있는 어머니의 사진이 실렸다면 그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자극했다는 것이 그 광고의 성공요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민으로 기억되지 않은 부모들의 경우는 어떨까. 강하고, 돈이 많고, 다복하고, 늘 당당한 부모에게도 자녀들은 콧등이 시큰해지는 사랑을 느낄까. 부모노릇이란 다 힘든 것인데, 고생한 부모만이 자녀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수 있다면 좀 불공평하지 않을까.
그 광고에 나온 아버지·어머니의 이야기가 꼭 자기 부모처럼 느껴져서 감동을 받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자기 아이들이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남편과 자신에게도 남모르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아이들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혹시 아이들은 부모의 생을 풍요롭게만 보고, 연민이나 고마움 대신 덜 받았다는 원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빈곤의 한 시대가 간후 여유를 갖게 된 다음 세대의 부모들이 느끼는 공통된 궁금증이다. 연민 이상의 그 무엇으로 자녀들에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은 오늘의 많은 부모들이 갖는 숙제다. 십년, 이십년후의 5월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라는 광고는 무엇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까. 그 광고가 내 아이들을 울릴 수 있을까. 5월은 우리에게 숙제를 내주고 흘러갔다. <편집위원>편집위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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