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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로이」(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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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로이」(영화평)

입력
1995.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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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인의 한·울분·설움 상징·은유로 절절히 빚어내스코틀랜드에 가 본 사람은 스코틀랜드인들의 한과 울분과 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1천년이 넘도록 다른 나라로 지내 온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비록 대영제국으로 합쳐졌지만 아직도 서로 다른 문화와 풍습과 화폐를 갖고 있다.

앵글로 색슨족인 잉글랜드인에게 나라를 빼앗긴 켈트족의 한 맺힌 정서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구슬픈 노래와 음악,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있는 「비탄의 거리」에서 잘 드러난다.

스코틀랜드인인 마이클 케이튼 존스감독의 「롭 로이」는 스코틀랜드인 특유의 정서와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18세기 초, 자존심 강한 몰락한 왕족의 후예 로버트 맥그리거(리엄 니슨 분)는 잉글랜드에 합병된 스코틀랜드의 북부 고원지대인 「하이랜드」에서 부족을 돌보며 살고 있다.

그는 주민을 기아에서 구하기 위해 영주 몬트로스 후작에게 1천기니를 빌리는데 후작의 식객인 잉글랜드인 방탕아 검객 아치볼드 커닝햄과 후작의 관리인 킬런이 그걸 가로챈다.

억울하게 빚을 지게 된 로버트(롭 로이)는 억압받는 스코틀랜드의 상징이고 가해자 아치볼드는 착취하는 잉글랜드의 상징이다. 아치볼드는 심지어 로버트의 아내 메리(제시카 랭 분)까지 범한다.

메리는 아이를 갖지만 그것이 누구의 아이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한 설정 역시 강제로 잉글랜드에 합병된 스코틀랜드의 슬픈 운명을 나타내는 은유로 제시되고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롭 로이와 아치볼드는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롭 로이의 무기가 무겁고 전통적인 칼인데 반해 아치볼드의 무기는 마치 펜싱검처럼 날렵하고 현대적이라는 사실 역시 두 나라의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검술의 기교에서 롭 로이는 아치볼드를 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힘과 명예심과 자존심으로 롭 로이는 아치볼드를 무찌른다. 롭 로이는 부패한 영주 귀족들을 싫어했던 자유민들의 지도자였으며 아메리카로 떠나지 않고 조국에 남아 독재와 탄압으로부터 하이랜드를 지켰던 영웅적인 전사였다.

그가 대의만을 위해 사는 보통 영웅들과 달리 가족을 아끼고 보호할 줄 아는 진정한 영웅이라는 점 역시 특기할 만하다. 자기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백성을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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