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수권 장악 사실상 “1인자”/“대유엔 협약 파기” 등 초강경노선 주도「북한에 김정일이 있다면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는 라트코 믈라디치가 있다」
두사람의 공통점은 단 하나. 냉전 와해이후 서방을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협박 전략」의 대가라는 점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무기로 미국을 쩔쩔매게 하고 있지만 지구반대편에선 세르비아계 군총사령관 믈라디치(51)가 유엔군을 인간방패로 서방측을 진퇴양난으로 몰고있다.
그러나 현재 세르비아계의 대서방 전략을 총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믈라디치의 대결상대는 훨씬 몸집이 크다. 바로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유엔이라는 「골리앗」이 믈라디치의 상대이다.
그는 서방측의 급소만 때리는 지능적인 전략가이다. 92년 30만 시민의 목을 졸랐던 사라예보 포위작전부터 최근 유엔군을 볼모로한 인간방패전술까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때문에 지금 세르비아계의 사실상 지도자는 라도반 카라지치 세르비아민주당(SDP)당수가 아니라 군통수권을 거머쥔 믈라디치라는 외신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29일 발표된 세르비아계의 유엔결의안 및 협약 무효화선언도 믈라디치가 내놓은 초강경 포석이다. 세르비아계가 이제까지 준수해온 유엔 결의안과 협약, 서방의 평화안을 모두 무효화하겠다는 이같은 선언이 서방을 아연케 하기에 충분하다. 세르비아계가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회교도에 대한 유엔의 식량보급 및 필수품 제공루트를 차단하고 보스니아주둔 2만2천여명의 유엔보호군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성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회교도에 대한 생필품 제공및 유엔군의 중립성 보장은 세르비아와 유엔간의 협약사항이었는데 자위권보장을 위해 언제라도 이를 깨버릴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서방측에 통고한 것이다.
8만명의 세르비아계 병력을 이끄는 믈라디치는 두려움을 모른다. 작년 3월 「믈라디치는 전쟁광」이라는 외국잡지 기사를 읽은 딸이 충격을 받아 자살하는 개인적 아픔을 겪었지만 세르비아 민족주의라는 그의 대의는 그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슬라브어로 전쟁을 뜻하는 라트코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그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인에게는 전쟁영웅이다. 그가 총사령관직을 맡은 92년5월이래 세르비아계가 영토의 70%를 점령하면서 내전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인 장본인중의 하나라는 비난을 면할 수없다. 보스니아내전에서 20만의 사상자와 2백만의 난민이 양산된데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그간 서방측이 내놓은 수차례의 평화중재안을 세르비아계가 거부한 것도 『패배한 군대만이 후퇴한다』는 신념을 지닌 믈라디치가 강력히 반대했던 탓이다.
외신에 의하면 서방측이 최근 보스니아에 파견한 특수부대의 타깃이 바로 믈라디치의 목숨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이미 수일전부터 행방이 묘연한채 비밀 아지트에서 전략구상과 작전지시만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65년 유고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마케도니아에서 소대장으로 군문에 들어선 그는 줄곧 엘리트 야전지휘관코스를 밟아오다 보스니아독립 이후부터는 세르비아계 군대를 지휘해 왔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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