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페라단이 창단 7주년 공연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5월27일, 30일, 31일, 6월2·3일)에 올린 것은 이 땅에 새로운 오페라문화 창조를 위한 용감한 작업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48년 이 땅에서 최초의 오페라 춘희가 공연된 이래 오페라계가 장족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종합예술로서의 오페라를 생각할 때 오페라극장의 건립은 오페라의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제야 질 높은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그러나 우리 오페라계의 병폐 중의 하나인 3중 4중의 주역캐스트 선발은 무대리허설의 불충분은 물론이요 나눠먹기식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고 결국 오페라의 전문성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오페라단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단일캐스트로 일 트로바토레를 무대에 올림으로써 최선의 적역을 선택할 수 있었고 충분한 연습을 통해 오페라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휘자 볼토리니는 서울심포니를 지휘, 오페라적인 음색을 만드는 데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고 최흥기가 창단한 오페라전문 합창단인 서울필하모니 오페라 코러스의 출연 역시 무대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루나백작역을 맡은 바리톤 김동규의 저력있는 목소리와 전문오페라 가수로서의 능숙한 연기력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우리의 예술가를 확인케 했다. 아주체나역의 정영자, 그리고 페르난도의 임승종 역시 혼신의 힘을 기울인 열연으로 무대를 빛내 주었다.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만리코역에는 이탈리아의 테너 브루노 세바스찬, 레오노라역에는 러시아의 소프라노 쿠드리프첸코가 초청되어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두 사람 모두 오페라 전문가수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느껴졌다. 다만 첫날의 공연에서 테너 세바스찬은 컨디션의 부조화로 특히 3막의 아리아를 제대로 부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다음 공연부터는 제 자리를 지킬 것으로 기대해 본다.
확실히 최선을 다한 스태프와 캐스트의 접합은 오페라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일 트로바토레무대는 짜임새 있는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한국오페라단의 이번 작업은 이 땅에 새로운 오페라무대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한상우 음악평론가>한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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