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주도권 확보용 분석/“내각제연결 포석” 관측도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지역등권주의」발언이 다양한 정치적 논란을 낳으면서 지방선거 정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이사장은 26일 국민대강연에서 이 용어를 처음 거론한데 이어 27일 여수 강연에서도 지방등권주의 시대의 도래를 역설했다. 그는 여권의 비난에도 불구, 앞으로 지자제선거전까지 예정된 여러차례의 지방강연에서도 등권주의를 계속 강조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이 말하는 지역등권주의란 정치학 교과서에는 없는 말이지만 한마디로 지역패권주의와 대칭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있다. 지금까지는 TK(대구·경북) 또는 PK(부산·경남)등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력이 나머지 지역위에 군림하는 1개 지역 패권주의였다면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4∼5개로 분할된 지역들간에 권력을 균등하게 나눠갖는 등권주의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또 등권주의하에서는 각 지역이 일정한 힘과 권리를 바탕으로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지역패권주의와 지역차별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지방화시대를 열 수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등 여권은 『김이사장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지역할거주의를 미화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주장을 펴고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도 김 이사장의 등권주의론이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김 이사장이 지역등권주의를 들고나온데는 간단치 않은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우리사회에 넓게 형성된 반민자 정서도 선거양상이 영호남의 지역대결구도로 전개되면 표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호남 충청 대구·경북등 주요권역별로 지역맹주를 내세워 반민자정서를 표로 결집시킨 뒤 이들 지역의 수평적 연대를 통해 김영삼 정권을 포위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권이 김 이사장의 등권주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않을 수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지자제선거에서 호남과 함께 서울을 장악하면 지역간 연대에서 주도권을 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같다.
지역분할에 기초한 등권주의는 곧바로 내각제로 연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이사장은 김종필씨가 민자당에서 떨어져나와 자민련을 창당할 때부터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방일중 일본선거의 판도변화등에 영향을 받아 최근 등권주의 개념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이 민주당내분의 와중에서 등권주의를 들고나온 점도 흥미롭다. 지역분할구도에서는 전국정당모습을 갖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끌어온 이총재의 효용은 거의 사라진다. 역설적이지만 이기택 총재가 김 이사장의 지역분할구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 영호남 대립구도의 「수혜자」이기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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