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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속타는 한국/고태성 정치2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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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속타는 한국/고태성 정치2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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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로 열흘째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북·미 준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에 『돈 많은 나라답게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자신들을 「특별배려」해달라는 그들의 요구는 말할 것도 없이 경수로사업에서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라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기는 마찬가지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장기화하자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며 지구전을 펼치는 지루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미측이 요구하는 정치적 결단이란 수용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 해줄테니 한국형경수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원칙문제인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관해서도 흥정할 태세가 돼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원칙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입장과 처지는 어떤가. 우리는 북한핵문제가 제기된 이후 그동안 여러차례 쉽지않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왔다. 핵문제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줬고 그것도 모자라 특사 교환조건을 철회, 남북대화의 고리도 사실상 풀어줬다.

지난해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 과정에서도 특별사찰 시기를 연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에다가 어떻게 쓰일지 모를 경수로를 거의 공짜로 북한에 주기로 했다. 원하든 말든 우리에게만 정치적 결단이 강요돼온 셈이다.

그런데도 회담의 추이를 지켜보면 또다시 우리만이 외로이 결단을 내려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북한이 억지를 부릴수록 원칙의 문제를 다시 강조해야 할 때인데 언제까지 우리만 힘든 결단을 반복해야 하는가. 협상테이블에 앉지못한 서글픔이 크다.<콸라룸푸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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