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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체제보다 경제통합이 우선이다”(통일3국을 가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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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체제보다 경제통합이 우선이다”(통일3국을 가다:18)

입력
199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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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성 강조 사회주의경제 실패… 「신경제」로 선회/우리도 “50년장벽 극복할 철저한 준비 필요” 교훈베트남의 통일은 정치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통일은 됐으나 20여년동안 남북간·도농간 이질감의 골만 깊어지고 그 후유증을 아직까지 씻어내지 못하는 베트남에서 배울 것이 많다. 우리는 베트남을 지켜보면서 통일논의 단계를 뛰어넘어 통일후의 완전한 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후토 베트남 인민일보사장은 『베트남은 통일의 후유증을 빨리 해소하지 못했다. 이념이 다른 남북이 하나로 합친 뒤 총력을 기울인 분야는 사회주의의 완전한 성공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발전과정이 다른 남북이 빠른 시일내에 하나로 통합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이 부유하고 국가가 건강하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통일베트남 정부가 힘을 쏟았으나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통일직후 베트남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지 고위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선 정치적 통합과정에서 북베트남의 사회주의 통치이념을 남베트남에 일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주민들의 저항을 유발했다. 그리고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베트남 정부의 중앙집권적 개편으로 주민통제에는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는 못했다. 정부와 일반 주민간의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또한 통일베트남 정부가 주민의 정치참여를 봉쇄하고 이를 사회주의체제의 안정을 위한 동원과 감시의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남베트남 주민의 저항을 가져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통일베트남정부의 실책은 정책수립과 집행을 위한 전문적이고도 도덕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상성만을 강조한 인력을 남베트남에 투입해 통일이후 남북의 이질감을 더욱 조장했다. 남베트남 주민의 지지를 확보하는데도 실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경제적으로 통일베트남 정부는 남베트남을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개편함으로써 경제통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재원부족과 남북간 산업구조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의 결여, 전문 경제관료의 부재, 남베트남 주민의 비협조, 사회주의 경제의 구조적 모순등으로 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사회주의화 경제정책은 수정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신경제정책이 추진됐다.

후토 국장은 『베트남의 목표는 번영과 행복이다. 체제보다는 경제발전이 우선이다』면서 『통일후유증의 완전한 극복이 진정한 통일이며 베트남은 현재 도이모이정책의 성공과 함께 진정한 통일로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 베트남의 초창기 실패는 우리나라에게 통일재원 마련과 남북한 산업적 특성을 보완하는 통일경제정책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주민들에게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재교육을 제공하는 정책도 포함돼야 한다. 특히 정치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남북간 지배와 피지배관계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이공뉴스리더의 홍녹웬 편집장은 『한국의 통일은 무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떤형태로 통일이 진행되더라도 실질적인 통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한이 이념적·체질적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50년 가까운 시간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일원이나 통일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논의돼야 할 통일문제를 세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분단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분단에서 오는 손실과 고통 위험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통일이후 남북간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이다.

즉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통일논의가 과정과 방안에 모아져 왔다면 이제는 통일이후의 완전한 통합방안에까지 논의의 범위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통일작업에 무려 20년을 허비한 베트남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하노이=이종재 기자>

◎남북이질감 언제 풀리려나/생김새·기질·풍토 너무 달라/남부 피해의식 등 감정의 골도/통일 20년 넘게 최대과제로

통일베트남의 국토는 남과 북으로 길쭉한 장화형을 하고있다. 남부 중심지인 호치민시의 기온이 섭씨 33∼34도를 오르내릴 때 북부 중심인 수도 하노이시는 섭씨 20도를 밑돈다. 호치민공항을 반팔로 떠났다가도 하노이에 내릴 때에는 긴팔에 스웨터까지 걸쳐야 한다.

남북간 지세도 크게 다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남쪽에는 드넓은 평야가 굽이쳐 흐르는 메콩강을 끼고 넓게 퍼져 있지만 북부로 갈수록 험준한 산악지대가 된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다르다. 남부사람들은 남방형으로 이국적이지만 북부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사람들과 대체로 비슷하다. 남북 베트남은 역사도 다르다. 그러나 정작 다른 것은 생각과 문화다. 여기에다가 서로의 이질감과 질시를 상대에게 분명히 나타낸다. 특히 전쟁에 진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에게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갖고 있다.

남북이 갈리어 전쟁을 치른 끝에 통일은 됐지만 통일 20년이 지나도록 남북간, 도농간 이질감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노이 시민들은 감시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으나 호치민사람들은 경찰등 공안기관의 감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부사람들은 남부사람들이 자주정신이 없고 경박하다고 느낀다. 반면에 남부사람들은 북부사람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북부사람들은 근검하고 자부심이 강하며 남부사람들은 개방적이고 소비지향적이다.

생활수준의 차이도 크다. 경제적으로 풍부한 호치민에는 2가구중 한대꼴로 냉장고와 스테레오 VTR이 있지만 하노이에는 20가구중 한대꼴이다. 생활격차는 도시와 농촌간이 더욱 심하다.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베트남의 경우는 너무 심각 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질감의 극복은 통일 20년이 지난 베트남 정부가 해결 해야할 가장 큰 과제의 하나이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경우 남북간의 이질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50년의 단절을 빠른 시일내에 메울 수 있는 준비작업이 다각도로 필요하다.<호치민=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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