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세력화 한계” 득실도 작용/후일기약 「백기투항 굴욕」감수/이미지먹칠… 당내입지 대폭축소 불가피할듯민주당내분사태에 예기치않은 반전이 일어났다. 경기지사후보경선 폭력사태와 관련해 29일 총재직을 사퇴하겠다던 이기택민주당총재가 28일 돌연 사퇴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당무에 복귀하면서 권로갑(권노갑)부총재의 사퇴요구도 철회하고 아무런 조건도 달지않았다. 일단 「백기투항」한 셈이다.
이총재가 이처럼 무조건 당무복귀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총재측은 측근의원들이 적극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김정길 전최고위원 이중재 고문 박은태 의원등이 적극적으로 사퇴를 만류했고 강경파였던 강창성 박계동 의원등도 막판에 사퇴반대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총재가 마음을 바꾼데는 보다 현실적인 이해득실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들이다. 우선 이총재는 지자제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총재직을 사퇴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것같다. 이총재는 특히 민주당이 지자제선거에서 차질을 빚을 경우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는 측근들의 지적에 크게 마음이 흔들렸으며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총재가 사퇴후 탈당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어렵다는 점도 방향선회의 한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그가 민주당내에서 갖고있는 40%의 지분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총재로서 갖는 권한과 비교할 때 민주당을 뛰쳐나가서 확보할 수있는 정치적 영향력은 너무나 초라하다. 그래서 이총재가 민주당과 결별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견해가 많았다.
어쨌든 이총재의 당무복귀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하오 총재간담회를 열어 단합과 선거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선 이총재가 총재직사퇴 철회이유로 내세운 일부세력의 지역분할기도 저지와 당내 폭력세력의 견제부분이 문제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최근 4∼5개 지역분할에 근거한 「등권주의」를 주장하고있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동교동계를 겨냥한 것이다. 이총재의 사퇴철회의 1차 목적이 여기에 있다면 그는 총재직을 유지하기위해 「위장투항」을 한 셈이다. 총재직을 수행하며 계속 김이사장과 동교동계의 「발목」을 잡고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있다. 동교동계가 임박한 선거를 의식, 이 부분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수있는 화약고임이 분명해보인다.
물론 이총재의 당내 입지는 이번 총재직 사퇴번복소동으로 현저히 약화됐고 정치인으로서 대국민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기때문에 그는 당내에서 당분간 목소리를 높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파동으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및 동교동계와 이총재의 관계는 치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관계개선이 불가능하며 결국 8월전당대회전후로 갈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총재가 지자제선거전에서 어떠한 변모를 시도할지, 아니면 선거이후 8월대회전에서 승부수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이계성 기자>이계성>
◆KT입장변화주변 집요한 설득에 「U턴」/“실리챙기려 한것 아니다” 강조
총재직사퇴카드를 던져놓고 초읽기에 들어갔던 이기택민주당총재가 4일만인 28일 하오 북아현동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의사를 철회했다. 불과 하루전까지만해도 『이런 정당에서 더이상 총재를 해서 무엇하느냐.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고싶다』는 비장함까지 보였던 이총재가 갑자기 U턴한 것이다.
이총재의 강경노선에 따라 강창성 박계동 이장희 의원및 비서진들은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총재직사퇴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특히 그날 아침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으로부터 『권노갑 부총재사퇴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더이상 줄 것도 없다』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전해듣고 『당장 사퇴선언을 하자』는 강경기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8일 새벽 장경우 의원과 김정길 전의원등이 이총재에게 찾아가 사퇴철회를 종용했고 그도 이들의 얘기를 듣고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총재에게 『썩은 칼자루라도 잡고있어야 한다』 『총재직을 사퇴하면 한순간은 동정여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이총재가 99명의 의원중 1명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행을 하더라도 지자제선거를 치른뒤 하는 것이 낫다』라며 이총재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불과 얼마전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던 이총재가 그특유의 이중성을 보인 것도 이무렵이었다. 때문에 그의 반발강도는 급속히 누그러져 이날 새벽 참모들과의 대책회의에선 아예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아침에는 『시간을 달라. 마음을 정리해야겠다』며 철회의사쪽으로 기울어졌다.
한편 이총재는 이날하오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총재직사퇴를 검토한 것은 정치적 실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나는 이제 당권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순수한」의도를 강조했다. 그는 『이총재가 지목한 지역분할세력이 김이사장을 지칭한게 아니냐』는 질문에 『다음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권노갑 부총재에 대한 사퇴요구에 대해선 『내가 직접 권부총재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언론에서 자꾸 권부총재를 거명해 유감스럽다』며 딴전을 부리기도 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동교동계 반응겉으론만족… 속은 떨떠름/“뇌관잠복” 이총재 불신감여전
민주당의 내분사태가 이기택총재의 회군으로 수습국면으로 접어든데 대해 동교동계는 『지방선거를 위해 잘된 일』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은 『당이 알아서 잘 마무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이총재로부터 당직사퇴요구공세를 받았던 권노갑 부총재는 『이제 훌훌 털고 선거에 진력해야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최악의 경우 분당사태로 인한 선거피해, 특히 김이사장의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한 서울시장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온 동교동계로서는 일단 한 짐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진행을 바라보는 동교동계의 속마음은 그렇게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선거악재를 떨쳐버렸다는 표면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내면적으로는 이총재와의 동거지속이 더욱 「위험한 뇌관」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지금은 선거가 한달정도 남아있어 그나마 국면을 전환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총재의 향후행보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경계의 시각은 선거이후 정국구상의 차이와 상호 「감정적 앙금」이 조정과 화해가 불가능한 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동교동계는 이총재가 이날 사실상 「백기투항」을 함으로써 당분간 표면적인 갈등은 표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 갈등구조로 인해 이번사태와 같은 악재가 언제든지 돌출할수 있다는 것이 동교동계 내부의 시각이다. 최근 일부 의원들사이에『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더 늦추지말고 이번 기회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동교동계는 이총재가 지역분할기도의 저지라는 당무복귀 명분을 내세우며 김이사장의 「지역등권론」을 정면으로 겨냥한데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동교동계가 앞으로 이총재의 「돌발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어떤 형태의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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