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사를 새로 건축하는 문제는 지난 30년간 역대시장들에게 「뜨거운 감자」와 같은 것이었다. 한입에 삼키자니 너무 뜨거워 입안을 델것 같고, 그냥 두고보기에는 식욕이 동해 참기도 어려웠던 그런 것이었다.「시청사를 다시 지은 시장」으로 기록에 남기고 싶어 한 역대시장들의 욕망은 그동안 숱한 역정을 겪었고 지금도 생생한 얘깃거리로 남아 있다.
60년대 중반이후와 70년대 초의 시장들은 시청 새청사부지를 여의도로 정했었다. 그후 70년대 중반 및 말기에는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종합전시장 자리로, 80년대 초·중반엔 서초동 법원청사자리와 현청사자리(태평로1가31)를, 80년대말과 90년대초엔 용산의 미8군 기지자리를 꼽는등 시청사건립후보지로 무려 8군데가 꼽혀왔었다.
이같은 역정의 시청사부지문제가 최병렬 서울시장에 의해 현재의 청사자리로 결정, 곧 발표된다는 소식이다. 서울시에 의하면 신청사건립시민위원회가 지난 25일 마지막 공청회를 열어 현 청사부지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30일의 최종회의에서 확정해 시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서울시는 내달 3일 시의회와의 간담회를 갖고 새청사부지를 현재의 자리로 결정, 5∼7일께 공식발표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그처럼 긴 역정의 중대안건을 퇴임을 앞둔 현 시장이 서둘러 결정하는게 과연 온당하냐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공사착공과 무관한 최시장이 부지를 결정한다해도 6월말 탄생할 민선시장에 의해 번복돼 변경될 가능성이 없지않다. 혼란이 가중될 수가 있다. 또 시장선거를 불과 한달 앞둔 시점이기에 성급한 결정이 선심·과시행정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고, 30년 과제를 너무 서두르다보면 모양새도 좋지 않다 할 것이다. 앞서 세 시장후보들과의 관훈클럽특별회견에서도 현시장에 의한 새청사부지결정이 바람직하냐는 문제가 거론된바도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최시장은 비록 청사부지선정을 위한 시민합의절차를 완벽하게 밟았다 해도 최종 결정절차를 민선시장에게 넘기는 것이 도리이기에 결단을 유보할 것을 권고코자 하는 것이다.
지난 1926년 일제총독부에 의해 건립된 현 청사는 일제 식민통치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중 하나였다. 총독부건물마저 헐리기에 이르러 시청사 재건립의 당위성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또한 서울시 살림규모가 지난 69년동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되면서 청사가 너무 낡고 비좁아 실용적 측면에서도 재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출범후에 민선시장에 의해 서울 새청사건립문제가 최종 결정되는게 여러모로 뜻도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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