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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저자 한인3세 프레드릭 최 교수(달리는 지구촌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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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저자 한인3세 프레드릭 최 교수(달리는 지구촌한인들)

입력
199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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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경영대학장 취임 “쾌거”/명저16권 국내외 눈부신 학문명성/학과장 두루 거쳐… 활동력도 인정미국의 사립명문 뉴욕대(NYU) 프레드릭 최(한국명 최동수·52)교수는 오는 8월1일 이 대학 경영대학(레오나드 스턴 스쿨)학장으로 부임한다. 미국대학의 학장은 교과목선정 교수채용 재원조달등 학사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기 때문에 학문적 업적과 함께 지명도 활동력을 두루 인정받아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소수민족인 한국계 교수가 미국주요대학의 경영대학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페이지가 넘는 이력서에 빼곡히 적힌 경력과 16권의 저서를 비롯한 연구실적은 그의 부임이 결코 코스모폴리탄대학을 지향하는 NYU의 학풍덕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그의 저서 「국제회계 편람」(1991년)은 미국출판인협회에 의해 최우수도서상(전문서적부문)으로 뽑혔다. 또 84년에 G 뮐러와 공동으로 펴낸 「국제회계」는 미국회계협회가 수여하는 「와일드맨 금메달」을 받았으며 이 책은 국내에서도 송재 연세대총장등에 의해 번역돼 교과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씨는 한인3세다. 그의 조부와 조모는 한반도에 외세의 말발굽소리가 높아지던 1898년 하와이에 첫발을 내딛었다.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손에 흙이라곤 묻혀 본 적이 없었던 할아버지는 매일 먼산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겨 있을 뿐 호구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간호학교출신 신여성이었던 할머니가 사탕수수밭 가건물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밥장사를 해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같은 처지의 한국여성들과 계를 조직, 억척스레 돈을 모은 할머니는 하와이에 호텔체인을 가질 정도로 재산을 모았다.

할머니의 유산을 바탕으로 보험업과 부동산에 투자, 성공을 거둔 아버지 최봉희씨의 3남2녀중 장남으로 최씨는 태어났다. 각국의 전통이 자연스레 혼합된 독특한 하와이 문화속에서 자란 그는 하와이대 경제학과 학생시절 1년후배인 일본인 3세 사치코 스미다(51)씨와 결혼했다. 워싱턴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29세의 젊은 나이에 모교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9년간 하와이대에서 회계학을 강의하며 쌓아온 연구활동으로 학계의 인정을 받게 된 그는 81년 NYU교수로 초빙됐고 회계학과 조세학과 상법학과등의 학과장을 두루 거치며 행정능력도 인정받았다.

완전한 미국인이나 다름없던 그의 가슴깊은 구석에 고여있던 한국인의 피를 비등하게 만든 것은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였다. 76년 그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모든 사람이 한가족처럼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당시의 감격을 떠올리는 그는 『지금의 한국사회는 소중한 것을 많이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한국을 찾는 그의 발길은 잦아졌고 83년부터는 뉴욕의 한 한국은행의 감사직을 맡는 등 모국에 「조그만 힘」을 보태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그의 선대들은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했다. 『몇번이나 배우려고 시도했지만 혼자서는 너무 어려웠다』고 안타까워하는 그가 서툰 발음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한국어 단어는 엉뚱하게도 「밥주걱」이다. 하루에도 수백명분의 밥을 짓느라 항상 주걱을 손에 들고 있다시피했던 할머니는 손자가 개구쟁이짓을 할 때마다 『이녀석 밥주걱으로 맞아야 하겠구먼』하고 짐짓 엄포를 놓았던 것이다. 이국땅 사탕수수밭에 젊음을 묻은 그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밥주걱」이라는 단어에 담아 간직하고 있는 그를 통해 한세기동안의 한인이민사에 얽힌 애환의 단편들이 진하게 전해져왔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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