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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저 「소유냐 삶이냐」(우리시대의 신고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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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저 「소유냐 삶이냐」(우리시대의 신고전:4)

입력
199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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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이 76년에 발표한 「소유냐 삶이냐」(TO HAVE OR TO BE·「소유냐 존재냐」로도 번역돼 출간)는 인간의 생존양식을 「소유양식(HAVING MODE)」과 「존재양식(BEING MODE)」으로 분류, 현대사회와 인간성의 한계를 간파하고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열렬하게 희망한 역저이다. 명쾌한 내용으로 일반대중 사이에 지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기여했으며 80년대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는 필독서로 꼽힐 만큼 독서계를 강타한 화제작이었다.◎현대사회 인간성위기에 경종/물질만능·자연파괴적 소유양식 통렬한 비판/사랑·휴머니즘 바탕 새사회에 대한 열망담아

소유양식이란 말 그대로 나와 남, 주체와 객체가 서로를 죽어 있는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물질만능주의와 소비 향락주의, 자연파괴와 전쟁등 현대사회의 병폐를 확산시키는 파멸의 길이다.

이런 인간성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프롬은 존재양식을 강조하는데 그 속성은 독립과 자유, 비판적 이성을 토대로 자아와 세계를 최대한 탐구하고 살아 있는 관계로 파악하는 것이다.

프롬은 마르크스의 노동과 자본 개념도 존재와 소유양식의 대변으로 파악한다.

마르크스에게 노동은 자유롭고 능동적인 인간성을, 자본은 무감각하고 죽어있는 과거의 축적물을 대표하며 결국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결은 감각과 무감각, 인간과 사물, 현재와 과거의 투쟁이라는 해석이다.

프롬이 드러낸 소유양식은 현대사회에 익숙한 생존양식인데 이는 돈 명예 권력 지식 정보에 대한 탐욕이 삶의 지배적 주제가 된 서구산업사회의 영향때문이다. 우선 사고의 거울인 언어생활에서도 소유양식은 보편화했다고 지적한다.

과거 2∼3세기 동안 서구언어에서는 「갖다(HAVE)」와 소유의 대상인 명사의 사용이 뚜렷이 늘어나 예전같으면 「잠을 잘 수 없다」 「알고 있다」라고 할 말을 「불면증을 갖고 있다」 「지식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학습과 기억에 있어서도 소유양식의 학생들은 학습내용에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철저하게 필기하고 암기해서 배운 것을 간직하지만 존재양식의 학생들은 공허한 이야기에는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자신의 사고과정에 전념해 스스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반응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프롬은 『소유양식의 사람은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자신의 존재가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그의 행복은 다른 사람에 대한 우위, 힘, 정복하고 빼앗는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존재양식의 사람은 사랑, 공유, 주는 행위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서론, 소유와 존재의 차이를 일상생활과 역사적·사상적 측면에서 설명한 1·2장, 새로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열망을 피력한 3장으로 구성됐는데 3장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성격이 소유양식에서 존재양식으로 바뀔 수 있는 몇 가지 조건과 방안도 내놓았다. 기업광고와 정치선전 공작 금지, 국가간 빈부격차 해소, 가부장제로부터의 여성해방,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민주 시민단체 설립등이다.

대기업의 권력, 대중의 무관심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라면 아무리 작은 가능성도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진홍(51)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프롬은 사회구조 분석에 정신분석학적 시각을 도입하는등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 정통했을 뿐아니라 두 사상의 통합을 시도한 학자였다』며 『「소유냐 삶이냐」는 사랑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현대인에게 새로운 시야, 삶의 태도를 제시한 프롬 사상의 정화』라고 평가했다.<김병찬 기자>

◎에리히 프롬 누구인가/독일태생 유태계 사회구조 분석에 정신분석학 도입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유태계 출신으로 하이델베르크대 베를린대학등에서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을 배웠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사회구조와 인간정신의 상호작용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인간정신이 사회적 요인에 영향받는 점을 인식, 프로이트의 견해를 비판했지만 정신분석학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사회·문화적 병폐를 치료하고 건전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33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컬럼비아대 미시간주립대 멕시코국립대학등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60년대말 스위스에 정착해 살았다. 저서로 「소유냐 삶이냐」를 비롯해 「자유로부터의 도피」 「건전한 사회」 「사랑의 기술」 「희망의 혁명」 「정신분석학의 위기」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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