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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사는 사람들(서울에서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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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사는 사람들(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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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이 넘치는 서울의 거리를 거니노라면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내가 정말 서울시민 인가하는 생각이 우선 든다. 북한에서 그렇게도 평양시민이 되고자 했던 내가 우리의 수도이며 국민의 상징인 서울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북한에 있을 때 나의 제일 큰 꿈은 평양에서 사는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별의별 짓을 다했다. 그러나 이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보다 문화생활이나 모든 면에서 월등히 앞선 평양에서의 생활은 생각만 해도 나의 가슴을 부풀게 하였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평양이라고 하면 주민 누구나가 다 살고 싶어하는 희망의 도시이다. 또한 평양은 그 어느지방보다 대우가 월등히 좋다. 그래서 평양시민은 당 일꾼못지 않게 자부심이 높다.

어느 지방에 가도 평양시민을 허술히 보지 않는다. 남한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그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중에서 평양이 특히 그러하다. 평양에서 살려면 우선 출신성분이 좋아야 한다. 김일성 부자와 당에 얼마만큼 충실한가에 따라 주거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리고 지방주민이 평양을 구경하는 것은 남한의 기업인들이 방북 하는것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평양에 한번 갔다오면 동내방내 자랑을 하기에 바쁘다. 옥류관의 냉면맛이 어떻고 평양백화점이 어떻더라는 등의 자랑을 한다.

그러면 얘기를 듣는 사람은 남한에서 출세한것 만큼이나 부러워들 한다. 또한 평양총각은 지방처녀와 결혼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게다가 지방처녀와 결혼할 수 있는 권한은 당 일꾼이나 고위간부, 보위 일꾼, 무력부의 비밀장교들만 가능하다.

또한 여성의 경우도 남편을 평양에 데려올 수 있는 계층이 있다. 평양방직공장의 노처녀 고급기능공들과 군수공장이나 중요기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물론 철저한 성분조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기에 북한의 청춘남녀들은 특히 성분이 좋은 계층은 평양으로 시집 장가 가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힘이 없는 일반계층은 평양 구경하는것마저도 상상을 하지못한다. 이렇게 북한의 주민들이 평양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곳에 가야만 사람답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양은 철저한 계급사회이다. 평양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주거지가 노동자와 간부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대동강북쪽에는 당기관의 고위간부들이 살고있다. 강남쪽에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식량배급이나 상품공급도 강을 사이에 두고 현저히 차이가 난다.

평양시에서 제일 살기좋은 창광거리나 천리마거리 광복거리 통일거리등의 아파트는 노동자를 위해 지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권력있고 힘있는 간부들이다. 노동자는 몇집 안된다. 또한 간부들은 1호부터 4호까지 급수가 매겨져 있다. 1호 물자공급소와 2호 공급소등을 간부들이 사는 동네에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만 고급생필품을 정기적으로 공급한다. 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나 외국인들이 평양을 찾으면 깨끗하고 질서있으며 가난의 그림자도 보기힘들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평양시내의 중심거리 특히 호텔주변의 아파트에는 일반서민으로 가장한 특권층들이 살고 있다.

평양은 이처럼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찬 쇼윈도이다.

◇악력

▲61년, 함경북도 김책시 출생 ▲강계기계공업전문학교졸업 ▲강계26호 군수공장근무 ▲강계시 경제위 근무 ▲강계시 김일성 혁명사적관 보존지도원 ▲93년 6월 중국을 통해 귀순 ▲신세계 백화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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