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처럼 다양한 시각과 진단이 계속되는 분야도 드물다. 그만큼 통일이 이시대, 우리 민족과 역사에 절실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이 통일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국제적 전문가로부터 국내정치학자들, 그리고 크고 작은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통일예측이 유행처럼 돼있다. 미래학적 접근, 정치학적 분석, 때로는 감상론적 시도등 가상 시나리오 작성에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구소련이 붕괴되고 동서독이 통일되자 우리 사회에서는 갑작스럽게 흡수통일론 주장이 일었다. 특히 김일성사후에 이 주장은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요즈음 다시 단계적인 평화통일론으로 대세가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북·미회담이 한국형경수로문제를 풀지못해 장기화 할 조짐이 보이고 식량난 유류난 외환난을 겪고 있지만 북한의 신체재가 그렇게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의 시기가 빠르게 오든, 혹은 늦어지든 그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우선 3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분단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분단에서 오는 위험과 고통, 그리고 손실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둘째는 우리는 통일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이다. 셋째는 통일이 된뒤 남북이 평화롭게 생산적인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두번째의 문제, 통일의 과정과 방법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국가발전목표 및 정책방향을 세우는 「21세기위원회」(위원장 서진영교수)의 관계자들과 통일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46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민족생존과 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21세기에 선진사회에 진입해 통일한국을 건설하는게 중요목표이다. 특히 「2000년에 열리는 통일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통일한국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우선 통일의 시기를 단기(2000년)·중기(2010년)·장기(2010년이후)로 설정했다. 통일모형은 2000년에는 경제통합, 2010년에는 정치통합, 2020년에는 통일한국수립을 제시했다. 한국의 중산층이 통일한국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보고 통일이 되면 세계경제10대국에 진입한다고 전망한다.
한반도에는 세계사의 흐름과는 달리 아직도 냉전적 사고 및 체재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분단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은 개방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고 북한은 폐쇄주의 전체주의 집단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적대와 공존, 과거와 미래지향적인 2중구조가 남북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통일정책도 단기적인 방안과 장기적인 방안이 조화의 묘를 살려야할 때가 됐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지 우리는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여유있게 대응을 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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