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사정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한달전 체육문화축전을 열며 정치 및 경제의 안정을 자랑했던 북한이 일본에 대해 쌀을 빌려달라고 호소하고 또 그토록 기피해오던 우리로부터도 조건을 달지않을 경우 식량지원을 받을 용의를 표명함으로써 극심한 식량난을 인정한 것이다.이같은 북한측의 간절한 손짓에 대해 정부가 조건없는 쌀의 지원을 선뜻 천명한 것은 곤궁에 빠진 같은 핏줄에 대한 인도적이며 공존 공영의 차원에서 매우 타당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1990년대 이래 공산권의 몰락과 함께 김일성정권의 실정으로 경제가 파탄된 북한에서 식량문제는 체제안정과 직결될 정도로 중대한 숙제로 제기되고 있다. 93년12월 노동당전원회의에서 3차7개년계획의 실패를 처음 시인했듯이 지난 50년간 김일성이 약속했던 「이밥에 고깃국」이 실현되기는 커녕 근년에는 배급량 대폭감소내지 공급지연, 1일2식운동으로 식량창고습격사건과 주민소요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특히 91년 이후 작년까지 수·냉해, 비료부족, 낙후된 영농기술 및 생산성저하등으로 식량자급률이 74∼59%에 불과했고 올해의 경우 6백72만톤 수요에 비해 4백12만톤만을 겨우 생산, 2백60여만톤의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무조건 쌀지원」 천명은 이미 김영삼대통령이 3월 베를린연설과 최근 국제언론인협회개막연설서 무상 또는 장기 저리로 지원할 뜻을 밝힌 만큼 그 취지는 북한이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군사용 전용을 당연히 금지하는 최후의 조건마저 삭제한채 오직 종류, 수량, 수송, 인도절차등을 협의하기 위한 회담만이 필요하고 시기와 장소도 북한이 정하도록 모든 것을 양보, 아량을 보인 것은 평가할만하다.
남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됐을 때인 지난 64년 3월27일 북한은 매년 쌀2백만섬(30만톤)등을 공여할 것을 제의했고 84년9월29일에는 이재민구호용으로 쌀5만섬, 옷감 50만, 시멘트 10만톤과 약품등을 보내준바 있어 이제 남한이 북녘동포에게 지원하겠다는 식량을 거부할 명분은 없는 것이다.
김정일체제는 매일매일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를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다. 김일성도 「쌀은 곧 공산주의」라고 했을 정도로 식량은 체제안정에 직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찍이 한국일보가 동족애를 호소, 모집해서 보낸 「사랑의 쌀」을 받았듯이 조건없는 쌀을 선뜻 받아야 한다.
아울러 일본에 대해 분명히 해둘것은 쌀지원을 북한과의 조기수교의 기회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조건없는 지원을 밝힌만큼 남북의 평화공존과 한반도의 안정을 바란다면 한국이 지원할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북한의 식량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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