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효용가치」 반감 인식/선거영향·정국구도 “변수”민주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은 27일 권노갑부총재를 퇴진시키라는 이기택총재의 요구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김이사장은 『그것은 요구조건도 아니다. 40년 정치생활에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양측의 강경한 분위기로 볼때 타협가능성은 전무한 상태다.
이총재도 주말을 고비로 자신의 향후거취를 정리한데이어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재직사퇴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91년 지역대결구도청산과 수권야당을 목표로 신민·민주당이 합당한 이래 3년8개월간 유지돼왔던 김이사장과 이총재의 불안한 동거체제가 사실상 끝나는 셈이다.
이총재는 총재직사퇴후 곧바로 탈당까지 결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단 평당원으로 자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지역에서 지자제선거지원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말해 자신의 힘으로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자리를 확보하고 당내상황을 지켜본뒤 탈당명분을 축적, 지자제선거이후 신당창당을 시도하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민주당은 지자제선거를 불과 한달앞두고 야기된 당내분으로 선거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됐다. 지자제선거이후의 정국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동교동측은 봉합보다 결별을 선택, 사태를 조기수습하는 것이 선거전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동교동진영은 총재직사퇴나 지역당전락을 무기로한 이총재의 노림수를 더 이상 허용치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총재의 12·12 강공이나 연초의 전당대회시기 갈등때부터 이미 동교동측에서는 이총재와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26일 김이사장이 한 강연에서 지역분할구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 것도 이총재와의 결별을 예상한 고도의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자제선거후 4∼5개지역으로 분할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타정파와 수평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김이사장의 주장이다. 김이사장의 이같은 계산은 일단 권력을 균등하게 분점하는 「등권주의」상황을 만들어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지역당이미지 불식을 위해 동거해왔던 이총재의 효용가치가 그만큼 감소된다. 때문에 무리를 해서 굳이 이총재를 끌어안고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이총재의 사퇴가 확실시되는 만큼 이제 민주당은 총재권한대행의 과도체제로 지자제선거를 치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김이사장은 이날 아침 권노갑부총재와 정대철고문을 동교동자택으로 불러 조찬을 함께하며 이총재사퇴이후 당운영및 선거대책문제를 집중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가 끝내 총재직을 사퇴할 경우 총재권한대행은 김원기수석부총재가 맡고 선거대책위원장은「호남지역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위해 비호남인사인 정고문이나 이종찬고문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총재가 사퇴하면 곧바로 이같은 임시과도체제를 가동,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총재는 사퇴하면서 김이사장의 「정치활동」등을 물고늘어져 민주당과 김이사장에게 적지않은 정치적 상처를 입힐 것으로 보여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않다.<이계성 기자>이계성>
◎DJ입장/체념상태… 「이 총재이후」 구상/“요구 다들어줬는데…” 강한불만
27일 여수시의 강연회 참석차 지난 92년말 정계은퇴이후 처음으로 전남을 방문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은 이곳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강연회가 열린 진남체육관에는 김이사장의 강연회시작이래 최대규모인 5천여명의 청중들이 운집, 「김대중」을 연호했고 김이사장이 승용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연도의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이날 하룻동안 김이사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분당위기로 치닫고있는 민주당사태 때문이다. 그의 한 핵심측근은 『이기택총재의 「최후통첩」을 보고받은 어제 저녁부터 김이사장의 말수가 확연히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의 위기상황을 보고 있는 김이사장의 반응은 착잡하고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조순 서울시장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답변으로 세후보중 가장 높은 점수를 땄다』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김이사장은 이어 『그런데 당이 저 모양이니…』라며 시장선거를 걱정했다. 그는 또 측근들에게 『이총재가 요구한것은 다 들어주었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이총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김이사장은 이미 「체념상태」에 들어간듯한 인상이다. 이총재와의 결별을 내심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이총재이후」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여수출발에 앞서 동교동자택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모든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이제 민주당내분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김이사장은 『막상 본격 선거전에 들어가면 하루하루의 국면이 급속히 변한다』면서 『비록 지금 조순후보가 다소 어려운 입장에 있지만 선거때는 국면이 전환돼 인물에서 앞선 조후보가 승리할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강연회에서 예의 「지역분권주의」를 거듭 역설했다. 김이사장은 또 『김종필총재의 자민련창당은 이같은 목적달성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역분할구도를 정당화하는 이같은 구상을 민주당의 문제와 연결지어 해석하면 당내 비호남권 야당세력의 「상징」이었던 이총재의 「존재가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화함을 의미한다. 김이사장이 이총재의 이탈이후 당분위기쇄신과 선거승리를 위해 어떤 돌파카드를 꺼낼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것은 바로 이같은 그의 심경때문이다.<여수=유성식 기자>여수=유성식>
◎KT입장/동교동에 극도 불신감 표출/총재직 사퇴이후 대응책 저울질
이기택민주당총재는 27일로 3일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북아현동자택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시내의 호텔과 친구집에 번갈아 묵으며 측근들에게조차 필요할 때만 연락해 부르고있다. 지난2월 전당대회시기를 둘러싼 당내갈등때만 하더라도 이총재는 참모들의 자문을 구하기에 바빴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측근을 만나도 연신 줄담배를 태울뿐 별 얘기를 주고받지 않는다. 이따금 말을 해도 『80년초 정치규제를 당한뒤 미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이 좋았다』 『정치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는 식이다.
물론 측근들은 『동교동의 이중플레이에 이총재가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심경정리가 끝난듯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담담한 표정』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총재는 지금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허탈함에 매우 낙담하고 있다』며 속내를 전하는 사람도 많다. 일단 이총재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경기경선사태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특히 동교동에 대한 불만과 함께 총재직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것이 다 잘 풀렸다』라던 이총재가 하룻만에 1백80도 태도를 바꾼 이유는 경선파행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발단이었지만 근원적으로는 동교동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었다. 이총재는 보고서 내용을 전해들은 뒤 동교동계가 겉으로는 사태수습을 하는 척하면서 뒤편으로는 자신의 도덕성과 이미지를 철저히 짓밟는 이중플레이를 해왔다고 확신하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교동가신출신인 김옥두의원이 경기 대의원들에게 장경우의원이 경기경선에서 돈봉투를 돌렸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하도록했다는 보고는 이런 불신을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총재가 곧바로 탈당할 것 같지는 같다. 한 측근은 『이총재는 지방선거기간중 영남등 비호남지역의 선거유세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대구 경북등지의 광역선거에서 특정인사지지는 물론 포항 울산 경주 안동 원주등 주요시에서 자파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켜 지자제선거이후를 대비한다는 구상이다.<이동국 기자>이동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