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승의 타락과 고뇌 실감묘사 불교소설/작가 이홍주스님 월북시도혐의 금서수난도「구도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 불교소설 「하산」이 28년만에 불지사에서 다시 나왔다. 「하산」은 67년에 2백부 한정본으로 출간됐으나 스님들의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불교계의 거센 비판을 받은데다 작가 이홍주스님(1936―1969)의 월북 시도 혐의로 인해 곧 금서목록에 올라 잊혀진 작품. 저자의 자전적 성격이 짙은 「하산」은 「참된 깨침의 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는 구도소설로 원로작가 김동리씨는 당시 『젊은 세대가 겪는 한국불교의 고민상이 절절히 묘파된 본격적인 불교전위문학』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는 60년대 범어사. 함께 수행생활을 하던 절친한 두 젊은 승려 범주와 석파가 주인공이다. 대각사 주지를 맡은 석파는 기생집을 자주 출입하며 술에 취하는등 교단에 파문을 일으키다 사찰부지 불법 매각과 계율을 어긴 죄목으로 문중에서 쫓겨나고 행방불명된다. 청정 비구의 길을 걷던 범주는 석파의 이행을 보며 점차 혼란에 빠지다 기생과 동침하는등 차츰 파계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간다. 구도승의 인간적 고뇌와 더불어 불교의 타락상을 실감나게 그린 이 소설은 한국불교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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