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오랜 세 싸움서 정부 백기” 비판도『증시가 당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며 최대한 증시개입을 자제해오던 정부가 27일 마침내 폭락주가를 저지키 위해 증시부양대책을 발표했다. 연초이래 무기력장세를 거듭해온 증시를 띄우기 위한 ▲시장조치(위탁증거금의 대용증권허용, 증권사의 신용융자확대, 고객예탁금 이자율인상) ▲외국인주식투자한도 7월 조기확대(12%→15%)계획발표에 이은, 올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나온 증시부양책인 셈이다.
재정경제원이 이날 발표한 「증권시장안정화대책」의 골자는 ▲증시안정기금의 활동을 내주부터 재개하고 ▲하반기 주식공급물량을 최대한 억제하며 ▲증권거래세율을 인하(약 0.1%포인트)하겠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시장수급조절과 실세금리안정 주식거래비용경감을 통해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지만 ▲금융기관의 매각자제·매수우위원칙을 매일 점검하고 ▲「자율화」한 일반기업 공개·증자물량도 통제하며 ▲제조업 회사채발행까지 조절하겠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고단위」처방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당장 활용가능한 증안기금규모는 약 4천억∼5천억원. 그동안 재경원은 『증안기금은 항상 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지만 증안기금개입은 증시의 「심판」인 정부가 사실상 「경기자」가 된다는 부담이 있어 당국으로선 증안기금동원을 기피해왔다. 증시물량조정은 어차피 하반기부터 시작돼 당장은 「심리적 위안감」밖에 줄 수 없지만 증안기금은 고갈된 증시의 매수여력을 높여 즉각 주가를 키울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바닥장세가 상당부분 주식시장의 수급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하반기 주식공급물량 축소조치도 적잖은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국민·외환은행등 상장주식매각과 한통공개등 연내 3조4천억원규모로 예정되어 있던 공기업 주식매각일정을 사실상 취소하고 금융기관증자도 전면 보류했다. 공식적으론 『4·4분기쯤 다시 생각해보자』는 얘기지만 한통의 연내공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주가하락의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일반기업의 증자·공개물량을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하향조정, 당분간 증자·공개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증시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직접자금 조달애로를 타개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직접자금 조달난 해소를 위해 결과적으론 그 수단(증자 공개)자체를 제한해버리고 만 것이다.
재경원은 『더이상의 증시부양책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말대로라면 증시에 부양책의 약발이 안먹혀도 이제 다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과거에도 정부는 늘 『추가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증권가에선 이번 부양책으로 주가의 오랜 침체국면이 종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주가는 몇십포인트 오를지 모르지만 정부는 또다시 「행정력으로 증시를 살리는」 옛 모습을 재연하고 말았다. 『선거용 주가관리다』『주식시장과의 오랜 세(세)싸움에서 정부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도 피할수없게 됐다. 재경원의 당국자는 『증시 자생력도모를 위해선 정부의 확고한 의지표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조치로 과연 자생력이 회복될지, 아니면 증시의 정부의존성만 심화시킬지는 두고볼 일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증권가 반응/단기적 처방 효과… 주가 900선 회복할듯/과열경기 진정·자금구조 개선 근본대책을
증권업계는 27일 정부의 증시부양책에 대해 당분간 주가의 추가하락을 막을 수 있는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최근 주식시장 침체의 근본원인인 경기과열에 대한 처방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업계는 이번 부양책이 우선 금융기관등 기관투자가들의 발을 묶어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고 하반기 주식발행물량 조절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하반기 주식시장의 수급사정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증권거래세의 인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 900선 회복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이번 조치로 종합주가지수 900선이상을 뚫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최근 증시침체의 근본원인인 과열경기와 경기양극화에 따른 자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처방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열투자로 자금이 실물쪽으로 집중된데다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은 호황을, 중소기업과 경공업은 불황을 겪고 있는 양극화로 돈이 한 쪽으로만 몰리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자금시장에는 돈가뭄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증권업계는 과열경기를 진정시키고 자금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처방이 추가로 실시돼야 증시가 무력장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또 이번 조치중 회사채 발행물량 조절로 금리상승을 억제키로 한데 대해 가뜩이나 자금이 마른 금융기관들이 회사채마저 발행할 길이 막힐 경우 콜 양도성예금증서(CD)등 중단기자금에 의존하게 돼 중단기금리가 상승하는 역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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