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도변화 핵동결파기 소지 차단최근 「미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을 경수로문제와 연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빈발하자 미국의 진정한 입장이나 의도가 무엇이냐를 놓고 해석이 여러갈래로 나오고 있다.
우선 요며칠 사이 일부외신은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과 갈루치 북핵대사의 최근 발언내용을 인용,「미국정부의 대북 중유제공은 경수로문제해결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무부의 공식반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번스 미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정부는 대북 중유제공을 경수로문제와 연계시키지 않고 있으며 중유전용방지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는 대로 중유공급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최근 경수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중유전용방지를 위한 보장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고 이러한 북한측의 미묘한 자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미국이 입장변화를 보인 것으로 곡해됐다는 얘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미정부의 해명성 논평은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기존의 일관된 입장을 되풀이 한 것에 불과하다.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체에너지로서 중유를 제공키로 한 것은 문자그대로 5㎿원자로 가동과 50㎿및 2백㎿흑연원자로 건설을 중단하는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가 완성될 때까지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핵동결을 유지하는 한 중유공급약속은 계속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중유공급과 경수로눈제의 연계는 우선 논리적으로 맞지않는다는게 미측 설명이다.
다만 중유공급문제가 경수로협상의 와중에서 불숙 고개를 내민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말 1차 제공분으로 5만톤의 중유를 북한에 보냈는데 이중 20%가 북한이 임의로 전용해 사용된 증거가 포착돼 이를 문제삼아 왔다. 미측 주장은 북한이 당초 전력생산을 위해서 사용키로 했던 중유를 제철공장 가동등을 위해 전용했다는 것이고, 북측이 이시점에서 더이상의 전용방지책을 마련해 주지 않을 경우 중유의 추가 공급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실제로 의회쪽으로 부터 북한의 중유전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하게 일던차에 경수로문제가 심하게 삐걱거리면서 중유협상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볼때 제네바합의문에 따른 문맥상의 논리와 관계없이 북한이 중유전용방지책을 마련하지 않는한 미국은 중유공급을 경수로 문제와 연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도 없다. 이는 미국이 연락사무소개설문제가 경수로 문제는 연계돼있지 않다고 말해왔지만 한국형수용이 난관에 봉착한 현실에서 결과적으로는 연계되어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중유의 전용방지를 위한 검증장치와 감시단 상주등의 해결책에 동의할 경우 미국은 의회의 눈총을 감수하고서라도 군소리 없이 중유 추가분을 선적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미국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다름아닌 북한의「핵동결유지」이기 때문이다.<워싱턴=정진석 특파원>워싱턴=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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