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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의 훈장(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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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의 훈장(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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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떠난 문화인·예술인들에게 잇달아 문화훈장이 추서되고 있다. 한글사랑운동가 공병우씨, 대중음악작곡가 길옥윤씨, 판소리의 인간문화재 김소희씨, 조각가 문신씨가 모두 사후에 훈장을 받았다. 올들어 수여된 문화훈장 5건중 국악인 임윤수씨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가 사후에 추서됐다.추서되는 훈장은 대개 부음을 듣고 바쁘게 결정되어 빈소에 전해진다. 유족들은 죽은이의 사진앞에 훈장을 진열하고, 고인과 문상객들에게 그 영광을 고한다. 마지막 가는길에 국가가 준 훈장은 그의 생을 더욱 빛나게 정리해준다.

그러나 빈소로 전해지는 훈장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왕이면 훈장을 생전에 주는게 좋지 않을까. 훈장을 줄 정도라면 그의 문화활동을 좀더 지원해줄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 훈장을 받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의 업적은 보다 탁월했는데, 왜 그는 죽을때까지 훈장을 받지 못했을까. 그는 혹시 그 사실을 섭섭해하지는 않았을까.

공병우씨는 자신의 몸을 의학실습용으로 기증하고 사망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할만큼 특별한 경우였으나, 길옥윤·김소희·문신씨는 그들의 투병생활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소관부처에서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면 그들은 생전에 훈장을 받을수 있었을 것이다. 병석에서 훈장을 주는 것은 사형선고를 전하는 것처럼 미묘할수도 있지만, 그들 세사람은 기쁘게 훈장을 받을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최근 문화훈장 수여가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부문에 비하면 매우 인색하다. 74년 문화훈장이 신설된이래 지금까지 3백53명이 훈장을 받았고, 작년의 경우에는 전체 훈장 1천3백18건중 문화훈장은 30건이었다. 연예인으로는 80년 유행가수 김정구씨가 처음 훈장을 받은이래 박시춘·손목인·반야월·황금심·김희갑·김강섭·구봉서·이덕화·길옥윤씨등 겨우 10명이 받았는데, 대중예술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때, 훈장을 너무 엄숙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문화예술인들에게 훈장이 갖는 의미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훈장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면, 훈장을 받아야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훈장의 권위를 높여가야 한다. 특히 문화훈장은 그에대한 대중적 인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 부음을 듣고야 부랴부랴 훈장 추서를 서둘러서는 안된다. 빈소에 전할 훈장이라면 왜 생전에 전하지 못하는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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