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통상관련부처들이 미국등 선진국들의 세계무역기구(WTO)제소압력 때문에 부득이 서둘러 만들었다는 소리가 파다한 식품위생관리 제도개선대책을 드디어 발표했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미국등의 업자들이 수출용 밀과 과일등 농산물의 변질을 막기위해 유해농약을 다량 살포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이 무슨 우연의 일치인진 모르겠으나 그 끔찍한 농약살포장면의 공포가 외국서 수출된 농산물에 대해 결과적으로 「선통관 후표본검사」로 바뀌게 된 통관제도에 대한 걱정과 겹쳐지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한층 증폭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같은 사태는 WTO체제의 출범이라는 세계적 개방화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나라별로 각종 자원이기주의와 함께 건강이기주의마저 여전히 엄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사뭇 충격적이다. 자기네 농수산물을 국내용과 수출용으로 구분해 자국민건강에 관계없다면 아예 농약으로 뒤범벅하는 것조차 마다 않는 각박한 현실이 여지없이 노출됐다.
그리고 그같은 이중성이 우리 수출상품에 대한 시비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자기네 상품에 대한 우리의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로 불평과 제소의 강도를 오히려 더 높이는 또다른 사태로까지 복잡하게 번지고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도 이같은 이중적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안팎으로 더욱 철두철미해야겠다. 그러자면 WTO개방체제에 순응하면서도, 부정·불량식품의 수출이나 유통을 사실상 봉쇄할 수 있는 첨단검사 및 적발기능의 확보와 국제적 연대의 압력행사, 그리고 강력한 제재와 벌칙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살필 때 엊그제 나온 정부의 식품대책은 몇가지 중대한 걱정거리를 담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될게 지난 60∼70년대에 만들어진 식품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음은 사실이나 최근 미국측 압력을 받은 나머지 아무 준비없이 급작스레 관리체계를 전환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밝힌 중점관리기준 및 유해성분중점검사 제도도입과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방식으로의 전환·검사정보체계의 전산화·식품회수제 도입·행정처분기준 강화 및 식품의약품관리청 설립등의 방안도 관리기준 및 규격의 과학화·국제화와 함께 예산과 첨단기술요원의 충분한 확보없이는 규제를 사실상 풀어주는 것밖에 안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의 테이프가 경고해주는 것도 바로 그런 걱정스런 사태다. 개방체제에 대응하면서 악덕 상대국이나 업자의 농간도 막아 국민건강을 지켜낼 수 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국가의 총체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해식품의 위험에 대한 국민적 자각과 함께 당국의 튼튼한 이중적 규제 그물망이 하루빨리 완비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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