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대통령이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의 방미를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국제적인 정치 상황보다 국내적인 정치 결정에 우선 근거한 것이다. 상·하 양원의 결의안 채택에 이어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야말로 「좋은 정치가 좋은 정책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실증해주었다.이총통을 반역집단의 수장으로 간주해 온 중국은 물론 미국의 방문허용 결정에 격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총통은 공식방문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모교인 코넬대를 방문하는 것이다.
중국은 클린턴행정부가 작년 무역과 인권문제를 연계시키지 않기로 한 결정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89년 천안문 민주화 사태에 따른 잔혹한 정치탄압에도 불구하고 무역최혜국대우(MFN)를 경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이와 함께 국영기업을 통해 컴팩트디스크(CD)등 불법복사판을 남발해 온 중국과 지적재산권 협상을 놓고 힘든 씨름을 해왔다.
이총통은 작년에도 중남미를 방문하는 길에 미 하와이에 기착하려 했으나 허용되지 않았다. 또 작년에도 코넬대를 방문하려 했으나 미당국에 의해 비자발급이 거부됐다. 두번의 경우가 모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미의회는 최근 하원에서 3백96대 1, 상원에서 97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총통의 방미를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무부대변인은 이총통이 타이완의 민주화를 진작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번 결정이 미국의 정책변화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총통 방미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미상·하 양원의 결의안 채택과 이를 수용하는 행정부의 모습은 중국정부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충분히 깨닫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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