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마지막 유산 청산”/러선 미보다 앞서 규정 폐지「적과의 동침」은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외교관들이 결코 범해서는 안되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적성국의 남성이나 여성을 사귀거나 사랑을 하면 안된다는 이 비인간적인 규칙은 그러나 냉전이 끝난이후에도 냉전의 잔영처럼 남아있었다.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 23일 그동안 적용되던 이 규칙을 폐지하고 미국 외교관들이 자유롭게 러시아 남성이나 여성과 「친밀한 관계」를 가져도 좋다고 발표, 냉전시대의 마지막(?) 유산을 청산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수년전까지만해도 러시아인과 단둘이 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후 차츰 이 규정이 완화됐지만 보안담당 책임자에게 보고를 의무화하는등 제약은 여전했다. 외교관들이 보고없이 러시아인들과 만나거나 대화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도까지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러시아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 자국 외교관들에게 부과했던 족쇄를 철폐한 셈이다. 그리고 이 조치는 러시아는 물론 전세계 어느곳의 러시아인들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미국보다는 훨씬 이전에 이 규정을 폐지했다고 러시아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러시아는 사랑이나 연애등은 「개인접촉」의 범위로 간주, 현재 아무런 제약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국가 또는 각 부등의 비밀을 취급하는 공무원들은 나름의 행동규범에 따라 어느정도 규제가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외교관들은 도덕기준과 개인신변안전 측면을 고려해 행동하도록 주문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대사관을 경비하는 해병대원들은 이번 해금조치에서 제외됐다. 이는 87년 모스크바 미대사관 주재 클래이턴 론트리 해병하사가 비서로 일하던 러시아 여성과 관계를 갖고 비밀을 누설했던 전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외교관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며 『과거정책은 단지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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