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위협자제 대화기조 유지/경수로 유보 부분합의 가능성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북·미간 준고위급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정통한 소식통들은 『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신축성을 테스트하면서 먼저 양보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측 모두 짐짓 여유를 보이면서 서두르지 않고 지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일 3자협의를 위해 파견돼 있는 우리 정부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회담이 궤도를 이탈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언제 북측의 마지막 카드가 나올지 모르지만 양측은 일단 상대방에 대한 위협을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고 전하고 있다.
북측 김계관 외교부부부장도 25일 상오 미국대사관에서 수석대표급 회담에 참석하기 앞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우리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미 미측의 협상카드는 알만큼 알고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입장이라는 북측의 배짱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측도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오히려 이쪽에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면 북한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같다. 미측은 우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간간이 핵동결해제를 언급하긴 하지만 상투적일뿐 무게를 싣지 않고 있어 대화의 기초는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회담과정에서 북한이 경수로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점이 어느정도 확인된 것도 성과라면 성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미측은 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만큼 응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회담일정도 거의 전적으로 북측에 일임하고 있다. 매일 매일의 회담일정을 북한측이 요구하도록 신경전을 벌이면서 북한의 마지막 카드를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대북협상의 경험으로 보면 북한은 회담을 끝내고 싶을때쯤에 가서 자신들의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이번 회담은 성과여부와는 별도로 북한이 끝내고 싶을때 끝난다는 것이 현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회담이 주말을 넘겨 내주 중반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돌변하면 언제라도 회담은 종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이 25일 상오 미측 대표단의 별도 일정까지 취소시키면서까지 수석대표급 회담을 요구한 것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뒤따른다. 우선 24일의 수석대표급 오찬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언성이 높아졌었다는 전언을 감안하면 북측이 회담결렬의 명분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북한은 회담을 완전 결렬로 몰고가기보다는 이후에도 급과 격을 달리해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준고위급회담을 역제의한 북한의 부담과 처음 북·미협상의 수석대표로 나선 김부부장의 역량과시 의도로 볼때 회담을 일방적으로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유력하다. 따라서 양측은 서로 다른 입장아래 일괄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수로문제에 대한 타결은 미뤄둔 채 다른 사안에서 부분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대표단의 관계자는 『25일 회담까지는 서로가 밀고 당기는 전형적인 협상이 진행됐다』면서 『논의자체는 깊이가 있었지만 의미있는 진전은 없었고 향후 회담의 성과여부에 대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콸라룸푸르=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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