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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대 강경… 해결실마리 “안개”/정면충돌 치닫는 한통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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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대 강경… 해결실마리 “안개”/정면충돌 치닫는 한통사태

입력
199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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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땐 고발·엄벌” 대응­정부·회사/“밀리면 끝장” 적극공세 전환­노조한국통신 노사분규는 노조측이 25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가고 정부와 회사측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변함이 없어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노조는 점차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민주노총준비위등 재야세력과 연대투쟁하겠다는 뜻까지 밝혀 정부와의 정면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다.

노조가 25일 PC통신 하이텔을 통해 위원장명의로 밝힌 투쟁방향은 노조간부검거가 시작된 직후 수세적인 입장에서 냉각기간을 제안했던 때와는 달리 매우 공세적이다.

노조는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통신시장 개방및 통신사업민영화 반대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사업장마다 게시키로 하는등 정치성짙은 종래의 주장을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 27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준비위·공공부문노조대표자협의회가 공동개최하는 집회에 적극 참여하고 대국민홍보투쟁을 벌이기로 결정, 국면전환을 위한 강경투쟁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가 강경투쟁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정부가 노사분규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통신 노조에 초강경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건한 방법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위원장이 이날 『단체행동 자제로 위축된 조합원들의 정서를 과감한 투쟁정서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조간부및 실천대원들은 투쟁을 결의하는 시간을 갖고 투쟁분위기를 형성하라』고 PC통신을 통해 전국 지부에 하달한 지침에서도 노조의 전략변화는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통신은 노조의 준법투쟁이 벌어지더라도 초기단계에는 통신망 운용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화가설 고장수리등 민원업무 처리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차질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회사측이 초비상태세를 갖추고 ▲복무지시 불이행 ▲고의적 업무처리 지연 ▲고의적 업무거부등 3단계로 나눠 대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측은 집단적으로 정시에 출·퇴근하면서 잔업을 거부하거나, 안전수칙등을 과도하게 지켜 업무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해 업무처리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면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

회사측은 조합원들의 준법투쟁 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업무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사원은 징계와 함께 고발하는등 엄벌키로 결정했으나 전국 3백20여개지부중 대부분이 이날 위원장 지시에 따라 보고대회를 갖고 투쟁을 결의, 회사측의 강경대응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회사측이 준법투쟁에 참여하는 사원을 처벌하거나 간부들이 농성중인 명동성당에 경찰력이 투입돼 사태가 악화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전면파업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로 부분파업의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대량 구속사태와 함께 통신망 마비를 피하기 어렵다.

노조는 아직 준법투쟁을 파업으로 연결시킬 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마주 보고 달리기 시작한 열차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통신대란에 대한 국민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김동영 기자>

◎보고대회 개최전화국 “긴장감”/한통노사·정부측 움직임/회사측 “참석말라” 방송불구 강행/경찰, 만일사태 대비 삼엄한 경비

한국통신 노조가 준법투쟁을 시작한 25일 전국의 전화국등 현업부서에서 노조원들의 보고대회등 실력행사가 잇달아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혜화전화국 서울전신국 서울통신망운용국등 3개지부는 1천여명의 노조원중 필수상근요원을 제외한 6백여명이 낮 12시부터 40분간 종로구 혜화동 혜화전화국 1층 현관에서 임투보고대회를 갖고 26일부터 출근시간준수등 준법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전화국 노조원 70여명과 관악구 신림동 구로전화국 노조원 3백여명도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담은 리본을 달지 말고 노조보고대회가 불법이니 참석하지 말라』고 오전내내 사내방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낮 12시20분께 4층 복도와 1층 식당에 모여 보고대회를 강행했다.

노조원들은 노조 간부들로부터 유덕상위원장의 준법투쟁지시사항을 전달받고 간단히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15∼20분만에 대회를 마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각각 전화국 부근에 1개중대를 배치했으며 사측도 자체경비를 강화해 삼엄한 분위기였다.

○…지난 20일부터 정문과 후문 셔터가 내려진 한국통신 본사 주변에는 경찰 2개중대 2백50여명이 배치돼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등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TDX 교환기등 주요 통신장비가 비치된 전송기술부(일명 통신구)앞에는 완전무장을 한 경찰 10여명이 외부인의 접근을 완전봉쇄하는등 내부경비및 순찰을 강화했다.

보고대회 시간인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회사측도 일부 비노조원과 청원경찰들을 후문 출입구와 보고대회가 열릴 예정인 주차장에 배치, 점거농성등에 대비했다.

○…16일부터 본사 11층에 마련된 「통신비상대책상황실」은 20여명이 12개 지역본부 상황실로부터 10대 팩스를 통해 보고되는 각 지부노조의 보고대회 상황을 집계하느라 다소 분주했다. 그러나 보고대회가 끝난 하오 2시까지도 종합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조초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직원들은 하이텔 한국통신노조방을 이용, 지방 각 지부에서 진행된 보고대회 소식을 열람하기도 했다.

○…한국통신 노조 부산본부는 이날 정오부터 부산 서구 아미동 아미전화국등 부산지역 36개 전화국별로 20분∼30분씩 노동쟁의 보고대회를 열고 ▲노조간부들에 대한 고소·고발 철회 ▲노동탄압중지등을 요구했다.

○…대구 경북지부노조원들도 이날 낮 12시부터 37개 기국및 분국별로 노조탄압규탄대회를 갖고 26일부터 준법투쟁 돌입을 결의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대구 경북지역 노조원 5천4백명중 70%가량인 3천7백여명이 참가, 상황보고와 향후 투쟁방향등을 설명한뒤 30∼50분만에 각각 집회를 끝냈다.

○…충남지방본부 산하 31개 지부는 점심시간을 이용, 조합원 1천8백20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대회를 갖고 26일부터 정시출근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의했다.

○…전남사업본부 산하 35개지부 노조원 3천여명은 낮 12시부터 30여분동안 각 지부 노조사무실에 모여 한국통신노조 중앙위에서 하달된 투쟁사항을 결의하고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광주사업본부는 조합원 3백8명 가운데 2백여명이 참석, 노조 중앙위에서 하달된 투쟁방안을 지시받고 30여분간 자체집회를 가진후 정상업무에 복귀했다.

이날 전남사업본부의 준법투쟁으로 통화장애등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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