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에 보급되는 마약의 70%가 멕시코를 거쳐오고 있다. 또 이제는 멕시코인들이 미국의 길거리에서 마약을 공급하고 팔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코카인은 멕시코내에서 부패와 폭력 범죄를 부르고 있다.이러한 사실들은 2백억달러상당의 긴급원조등을 통해 멕시코를 살리고 어렵사리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클린턴 미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멕시코내에는 현재 5개의 마약 카르텔(조직)이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멕시코 동부해안의 전 거래선을 장악하던 막강한 걸프 카르텔의 가르시아 아브레고 패밀리는 집권당의 사무차장을 암살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티후아나 카르텔을 이끄는 아를라노 펠릭스 형제는 과달라하라 지방의 추기경 총격사건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몸을 사리고 있다. 이 둘의 낮은 자세에 따라 치와와 카르텔의 아마도 카릴로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카릴로는 전세계 코카인 거래망을 장악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칼리 카르텔과 멕시코의 밀매업자간의 중계역을 맡고 있다. 칼리 카르텔은 80년대 미국의 대대적인 퇴치작전에 따라 파나마등을 통한 해상루트를 포기한 대신 멕시코 육상루트를 개척했다. 콜롬비아에서 공로로 물건을 수송해오면 과거부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해 온 멕시코 밀수업자들이 이를 맡아 미국경을 넘는다.
카릴로의 수법은 동업자인 칼리 카르텔의 수법과는 판이하다. 콜롬비아인들이 정교한 보트나 잠수함등 첨단장비들을 사용한다면 멕시코인들은 차 트렁크에 가득 물건을 싣고 총격을 가하며 돌진하는 무지막지한 방식이다. 심지어 국경검문소를 전격 장악한후 한꺼번에 8∼10여대의 차량이 국경을 넘어버린다. 한두대 정도는 희생돼도 좋다는 배짱이다.
일단 국경을 넘은 코카인은 다시 콜롬비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그동안 멕시코들은 많은 부를 축적했다. 최근들어 멕시코인들이 부를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에 중대 변화가 일었다. 이제 칼리 카르텔은 멕시코 패밀리들에게 현물인 코카인을 대금으로 주고 미국내의 판매지역권도 일부 넘겨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등 멕시코계 불법이민체류자가 많은 지역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멕시코마약상을 찾기는 짚단속에서 바늘 찾기 같다. 콜롬비아 마약상들은 막대한 재산과 고급 승용차, 은행계좌를 과시하고 다니지만 멕시코 활동조직은 은행도 이용하지 않으며 사용하는 자동차도 서너명의 주인을 거친 중고차여서 차적 추적마저 힘든 형편이다. 한 마약단속반원은 『멕시코 마약상들이 단순히 많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활동하는지조차 모른다』고 실토했다.
멕시코 마약상들은 이제 벌어들인 거대한 이익을 앞세워 권력 핵심부에 파고든다. 지난봄 사퇴후 버지니아에 은거중인 전 멕시코 검찰총장 고문인 에두아르도 발레는 거의 모든 경찰국장과 지방검찰들이 마약상들로부터 상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층은 말할 바도 없다. 부패가 곳곳에 만연돼 있다.
카르텔의 영향력은 또한 경제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거대 기업군의 수장이 된 마약 거물들은 멕시코에서 붐을 이루는 관광산업을 이용해 돈세탁 과정을 밟는다. 게레로주의 화려한 휴양시설인 푼타 디아망테도 마약자금으로 세워진 것으로 마약단속당국은 믿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에르네스토 세디요 새 멕시코정부의 부패척결 및 마약퇴치 의지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을 다짐하고 있다. 너무 늦지 않은 선택이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