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크게확충 지방자치기반 든든히/“수십년간 재산권행사 제약 이젠 풀리겠지…”지방화시대를 맞는 경주는 최근 경부고속철도와 경마장 유치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팻말아래 수십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이제는 달라지겠지』하는 기대감을 보이며 고속철도등의 유치찬반논쟁을 주시하고 있다.
시·군통합으로 면적이 1천3백㎢로 불어난 경주시는 개발억제지역이 전체의 26%인 3백38㎢나 되는 반면, 개발된 지역은 2.6%인 33㎢에 불과하다.
특히 천마총등 대릉원이 있는 쪽샘지구는 재래식 화장실 하나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와 경마장 유치가 확정되면서 경주지역에는 관광객유치와 지방세확보, 포항·울산을 잇는 산업동맥 구축등 지역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희망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주는 또 경북 동해북부지역의 풍부한 수산자원과 내륙 농산물의 수송요충지여서 화물유통 및 물류단지 조성의 장래성도 밝다.
경주시를 찾는 연간 평균 관광객은 6백69만명.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에 따른 경기상승을 점치고 있다.
서울과 부산등 해외로 통하는 관문과의 교통이 편해지고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의 역사가 2001년 경주시 율동 북녘들에 들어서면 성동동 40에 위치한 현 역사를 비롯한 경주시를 동서로 가르는 동해남부선 철도구간이 고속철도구간으로 통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역은 1936년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건립, 안압지 사천왕사지등 문화재지역을 점유하면서 유적지를 양분하고 있어 문화재보존 차원에서도 빨리 철거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주상공회의소 지역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이전뒤 현 역사부지에는 통합시청사 문화예술회관 시민공원등을 조성, 경주시의 중추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경주시 손곡동일대 29만여평의 부지에 건립 추진되고 있는 경마장은 경주시의 재정자립도와 고용효과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경주시등은 전망하고 있다.
경마장의 연간매출액은 5천억원으로 추산되며 이중 10%인 5백억원이 도세로 흡수된다. 경주시는 관리비명목으로 도세의 30%인 1백50억원 정도를 받아 자체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예산 2천1백98억6천여만원중 9백38억1천여만원을 지방세와 세외수입등으로 확보, 42.7%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경주시는 경마장관리비를 보탤경우 재정자립도가 49.5%로 높아져 지방자치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인력도 경마장 조성기간에는 하루 5백명, 연인원 50여만명으로 추산되며 개장후에는 상시고용인원만 1천명이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경주시 황오동 손선호(36·회사원)씨는 『수십년간 개발정책에서 소외된 경주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과 인구유인책등이 필수』라며 경부고속철도와 경마장 유치를 환영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경주=이정훈 기자>경주=이정훈>
◎경주통과 고속철 건설계획/대구∼경주 32㎞중 7.3㎞/1,640억 들여 2001년 완공/매장문화재 조사 공사 참고
총연장 4백30.7인 경부고속철도 구간중 대구―경주노선은 대구―영천남부―경주 북서부(금장리·석장리)―경주 북녘들(탑정동)로 이어지는 32구간. 이중 경주시 통과노선은 7.3다.
경부고속철도 12공구에 속하는 경주지역공사는 89년 현황조사와 기본설계가 이루어져 현재 기술수준과 경제성을 기준으로 최적 건설방안을 찾기 위한 실시설계를 하고 있다. 본공사는 연말께 시작돼 2001년께 완공될 에정이다. 총공사비는 대략 1천6백40억원(93년도 기준단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당초 경주통과노선으로 89년 기술조사당시 제시했던 기본노선과 그 대안으로 나온 비교노선등 2가지를 검토했다. 대구―건천―율동을 지나는 기본노선은 경주 외곽을 주로 통과하며 노선거리는 27. 그러나 지형상 노선 대부분이 경부고속도로와 중앙선 철도에 근접돼 경주시내에 역을 설치하기 어렵고 기존 철도시설과 통합정비가 불가능해 경주도심을 종단하는 비교노선이 92년 6월10일 확정됐다. 공단은 6월께 경주시 고속철도구간의 매장문화재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 공사에 참고할 방침이다.
확정된 노선중 경주시내 7.3에는 터널구간 2군데(3.29)와 교랑구간 1군데(3.2), 토공구간 2군데(0.77)가 있으며 역사는 북녘들 중앙부에 들어선다. 한때 경주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이 검토됐으나 공단은 구체적 계획안은 마련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경주시 고속철도노선은 형산강을 따라 거의 직선으로 이어진다. 시내 북서쪽으로부터 들어와 활등처럼 휘면서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있는 금장리 석장리를 거쳐 선도산 기슭에 붙어 형산강 줄기와 나란히 고가교를 통과, 경부고속도로 경주인터체인지 남동쪽 북녘들 경주역에 이르게 된다.
고가교는 높이 12∼13의 시멘트구조물로 연장 7규모이며 강변 개활지를 세로로 달리면서 경주시를 동서로 가르는 분할선이 될 것이다.
한편 경주경마장은 보문단지 인근 경주시 손곡동과 경주군 천북면 물천리 일대 29만3천여평의 부지에 총 8백7억원(92년도 단가기준)을 투입, 경기장과 부대시설등을 97년 완공할 예정이다.
건설주체인 한국마사회는 당초 제주도에 이은 제2의 지방경마장 후보지로 영·호남 26개 지역을 올려놓고 검토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그린벨트지역이거나 절대농지지역등으로 경마장건설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지확보와 교통문제등을 고려, 경주를 최종후보지로 정했다. 경주시는 경마장이 들어서면 연간 1백50억원(92년도 기준 추산)의 세수증대와 함께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경주시민이 보는 보존과 개발/원칙없는 개발 지양해야
▲신봉길(동국대경주캠퍼스 교직원)=최근 경주는 고층아파트와 무분별한 관광진흥책이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밀어내고 있다. 원칙없는 개발붐이 자라나는 2세들에게 역사의식을 불어넣는 산 교육터를 먹고 마시는 유흥도시로 바꿔놓고 있다.
고속철도가 경주를 가로지르면 김유신장군묘와 사찰 가마터등 문화유적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문화재의 보고가 두동강난다. 여기에 경마장이 들어서면 전국의 투기꾼들이 들끓어 경주의 순박한 민심을 뒤흔들게 된다. 수십년간 재산권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주시민들에게 고속철도와 경마장은 더할 수 없는 유혹이지만 원칙없이 진행되는 개발은 지양돼야 한다.
◎도약위한 중차대한 사업
▲김성수(고속전철 역사·경마장 경주사수 범시민대표단장)=경주시민들은 요즘 치미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사업착수단계에 이른 고속철도 경주역사의 설치반대주장이 제기돼 우리는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북도민들의 강력한 유치주장은 문화재보존을 위해 희생당한 각종 재산상 피해를 보상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속의 경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업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뒤늦은 반대는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당국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정부의 정책입안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속히 명쾌한 해명으로 경주시민과 경북도민들을 안심시켜주기 바란다.
◎경마장은 재원의 보고
▲정병우(사업)=경주는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낙후해 95년도 시예산은 2천20억원이며 재정자립도는 38%이다. 사적지 관리·정비에 필요한 연간예산은 5백68억원이나 책정되는 금액은 10%도 안된다. 예산이 없어 발굴된 유적도 관리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시민부담이 엄청나다. 신라천년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재원인 경마장 설치는 필수적이다. 경마장부지는 문화재연구소의 지표조사결과 경주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유적이 가장 적은 곳이다. 한국고고학회등의 주장은 일반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경마장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유감이다. 때늦은 반대는 어떤 특정지역을 염두에 두고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민족정기 살리는게 중요
▲윤경렬(경주 향토사학가)=경주는 도시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신라 천년의 숨결이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에서도 우러나는 곳이다.
석굴암과 에밀레종등 세계에 유례없는 문화유산들이 한반도를 세계적인 문화국가의 반열에 올려 놓고 있다.
이런 경주가 경제발전과 관광수익이라는 구호아래 훼손된다면 민족의 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경주는 멀지 않아 고속철도가 문화유적을 밟고 경마장이 시민의 사행심을 조장, 「반쪽짜리 개발과 도박의 도시」로 바뀌게 될 것이다. 관광도 좋고 개발도 좋지만 민족정기를 살리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