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제 폐지로 후배 안들어와/소집해제 그날까지 “만년졸병”육군 모부대의 우모(21)이병은 요즘 걸핏하면 『이땅에 나같은 「불행한 군인」이 다시는 나와선 안된다』며 한숨을 쉰다. 과거 누군가 그랬듯 거창한 역사적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이후 무려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말단 졸병일뿐 아니라 앞으로도 후배를 받아볼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방위병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우이병은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코미디프로 「마지막 방위」의 실제 주인공이 돼버린 것이다.
우이병이 불운을 절감할때는 후배가 없어 외로워질때보다는 잠시도 쉴새없이 일이 밀려들 때이다. 전 같으면 이미 후배들에게 물려주었어야 할 온갖 궂은일들을 입대할때와 똑같이 혼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집해제의 그날까지 만년 졸병일 수밖에 없는 우이병은 『1년넘게 명령 한번 못해보고 말단생활을 할 것을 생각하면 어깨가 절로 가라앉는다』고 말한다.
물론 우이병의 후임병이 올 수도 있지만 그것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후배가 아무래도 입장 껄끄러운 현역병일 것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방위병을 곧잘 농담대상으로 삼는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도 우이병을 주눅들게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나름대로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젊은 여자들이 어딘가 모자란 사람취급하며 바라볼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마지막 방위」생활이 온통 고달프기만 한것은 아니다. 우이병의 딱한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고참들이 예전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대해준다. 우이병보다 두달먼저 입대, 간발의 차이로 불운을 면한 최모(21)일병은 『안쓰러워서 고참들 모두가 심하게 대하지 않는다』며 우이병을 다독거렸다.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6개월동안 거쳐갔던 방위의 길을 이제 마지막으로 걷고 있는 우이병은 고참의 격려에 『잠시 힘들지라도 훗날 더 많은 추억이 남을 것』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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