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조달 심각한 저해/공개·증자어려워 부담 큰 회사채의존 불가피주가가 연일 연중최저치 기록을 깨며 추락, 증시의 기능이 마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워낙 큰폭으로 하락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의 기본기능인 기업자금조달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연초대비 16.3% 하락했으므로 주가가 높을때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그만큼 원금을 날린 셈이어서 당국의 증시부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 기업들도 주식시장에서 저리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올들어 최근까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2조8천8백60억원이다. 기업공개를 통해서 9백80억원, 증자를 통해서 2조7천8백80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서 81%나 증가한 규모다. 기업들이 그만큼 배당만 하면 되는 부담없는 저리자금을 주식시장에서 대거 가져다가 쓴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자금조달은 증시가 바닥권에 이르기 전에 이뤄진 것이다. 최근의 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주식시장이라는 자금밭은 급속히 말라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개나 증자에 참여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올들어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 주식을 산 경우 최근의 가격은 구입가격에도 못미치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13일을 기준일로 유상증자 신주의 발행가격대비 주가를 분석한 결과 그래도 6%가 올라 있는 상태였다.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894포인트였으므로 848포인트인 24일기준으로는 손실을 본 것이 된다. 공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은 할 수 없이 부담이 적은 공개나 증자보다 회사채발행등을 통하게 된다. 회사채는 연 14%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에 비하면 훨씬 큰 부담이다.
시중의 돈은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은행의 신탁으로 빨려들고 있다. 지난달까지 늘어난 신탁자금이 11조5천억원이다. 자금흐름상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선 돈기근이다. 시장의 버티는 힘을 무시한 주식공급물량의 증대도 거꾸로 주식시장의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실물경제도 지난 1·4분기(1∼3월) 성장률이 9.9%에 이를 정도로 좋다지만 사실은 「국지호황」이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식시장정책은 투자자 입장보다는 우선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홍선근 기자>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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