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확립·선거비리 예방” 분석/야에 “동일잣대 경고용” 관측도/대통령친인척 구속/노사분규 단호대응/문제장관 신속경질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국운영기조가 확연한 강성기류로 흐르고 있다. 재임기간의 길고짧음에 관계없이 비리혐의나 정책오판등 장관들의 문제가 돌출되면 속전속결로 해임·경질하고 노사분규의 불법성이 발견되면 공권력투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 대통령의 친인척도 사정의 그물망에 걸려들면 더이상 무사할수 없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이형구 전노동장관의 해임 및 사법처리방침은 이같은 흐름을 뚜렷이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물론 전조는 서상목 전보건복지부장관과 김숙희 전교육부장관이 한약분쟁과 용병발언파문에 따른 인책으로 지난 15일 경질된 것에서 나타났다. 같은날 검찰은 김영삼대통령의 사촌처남인 손성훈씨를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전격구속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한국통신의 노사분규를 「국가전복 의사」등의 극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서도 초강경한 반응을 나타냈다.
불과 1주일여에 걸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간단하다. 『대형 사업장의 불법적 분규에 강력히 대처하는 것은 국가기강 확립차원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리등에 관련된 사람을 엄중문책하는 것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일관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이러한 강성흐름의 앞뒤를 꿰맞추면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유사한 성격의 사안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발생했을뿐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공직사회, 금융권등은 여권내 움직임을 마냥 속편하게만 관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전노동장관의 비리혐의가 검찰에 포착된 것은 지난 1월이고 덕산그룹 수사과정에서도 이전장관의 관련사실이 재차 인지됐음에도 불구, 하필 이 시점에서 문제가 불거져나온 것을 예사롭게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컨대 여권핵심부가 이전과 다른 강성기조 일색으로 정국을 몰아가는 배경에는 몇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는 해석이다.
첫째는 지방선거관리와의 연관성이다. 바꿔말해 선거철을 맞아 이완되기 십상인 공직사회기강을 다잡고 들뜨기 쉬운 사회전반의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포석이 강성기류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 재야노동세력이 지방선거를 정치투쟁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여권분위기부터 쇄신, 사전에 이들의 예봉을 꺾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둘째는 여야의 공천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금품수수설등에서 일부 드러났던 「검은 돈」의 고리가 선거과정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정치권과 금융권에 미리 여권핵심부의 확고한 사정의지를 과시했다는 풀이다.
특히 여권인사등 「집안」문제부터 사정의 칼을 들이댐으로써 『향후 야권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았다는 얘기다.
셋째는 지방선거후의 정국구도와 관련된 것이다. 다시말해 선거결과에 따라 여권의 국정장악력은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다시금 사정과 개혁의 날을 곧추세워 권력누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여권내에서 다각도로 선거후 정국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얘기들이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으나 어쨌든 정치사회적 부담을 무릅쓴 여권의 강수가 무심하고 단순한 것은 아닌 것같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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