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분열 기도” 대미 성토/이등휘총통 방미허용 중국반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분열 기도” 대미 성토/이등휘총통 방미허용 중국반응

입력
1995.05.24 00:00
0 0

◎미측발표 3시간만에 즉각성명/“향후 대미비협조정책 견지” 경고중국정부는 미국정부가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 총통의 방미를 허용키로 한 결정에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국무부의 공식발표가 있은지 불과 3시간 만인 23일 새벽 4시(현지시간)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전례없이 강경한 장문의 성명서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타전했다. 또 첸지천(전기침) 중국부총리겸 외교부장은 23일 아침 스테이플턴 로이 주중 미국대사를 중국외교부로 불러 미국의 결정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외교부의 성명서는 서두에서 미국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개의 중국」(양개중국)과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타이완」(일중일대)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성격규정은 이총통의 미국방문은 사적방문으로 미국의 기존 대중국정책인 「하나의 중국」정책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미국측의 설명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미국이 중·미수교 16년 만에 취한 획기적인 대중정책전환을 스스로 톤 다운한 것은 중국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헛된」기대에 일찌감치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중국은 성명서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타이완을 미국의 항공모함으로 만들어 세력범위에 넣겠다는 속셈』이며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기도』라고 맹렬히 성토했다. 중국정부는 성명서 말미에서 미국은 중·미관계의 대국적 견지에서 이총통의 방미허용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만일 잘못된 계산에서 방미를 허용할 경우에는 중·미관계는 크게 손상될 것이며 이로써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미국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단기적 대응은 일단 방미허용결정의 번복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냐, 아니면 타이완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는 외교적 압력을 미국측에 지속적으로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개막식에 이총통을 참석시키려했던 일본 정부가 결국 중국의 외교적 압력에 밀려 이를 취소한 전례에서 보듯 「하나의 중국」원칙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중국의 외교적 압력은 집요한 데가 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외교적 압력이 이번에도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올해초 지적재산권 분쟁의 경우에서 보듯 대미교역에서 큰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대해 마냥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입장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성명서가 이총통 방미허용을 중국분열 기도라고 평가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 홍콩반환을 앞두고 홍콩에 보다 민주적인 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중국분열을 위한 음모로 간주했던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92년 10월 정치개혁문제를 싸고 홍콩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은 영국에 대해 철저한 비협조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총통의 방미가 실현될 경우, 중국이 취할 대응조치로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의 대미 비협조 정책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해 동참도, 방해도 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견지하여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대타이완 정책이 근본적으로 수정됐다고 간주한 이상 중국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해 그간 취해왔던 부동참 비방해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