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물결타고 기업집단 운영… 자력갱생 추구/군산하에 2만여개… 부대·장비현대화 지원/대학연구성과 상품화·유학생유치 재정도와중국의 대외관문인 베이징(북경)의 수도공항청사를 나서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관제탑에 붙어 있는 대형광고판 「999 삼구위태」. 이 광고판이 위장약 광고물이라는 것도 알기 어렵지만 이 약을 만드는 삼구제약이 인민해방군(PLA) 소속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중국 최고의 명문 베이징대 남문 오른쪽으로는 담장이 없다. 대신 상가건물 수십동이 죽 늘어서 있을 뿐이다. 식당 가구점등이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는가하면 일부는 실내장식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상가는 놀랍게도 베이징대가 분양하고 있다. 중국통일의 주역으로 지금도 인민들에게 경외의 대상인 인민해방군, 그리고 중국 상아탑의 최고봉 베이징대.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국방과 진리탐구에 전념해야 할 이들이 기업을 운영하며 사업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12억 전인민이 돈벌이에 나선」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는 듯하다.
베이징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경제인들조차 정확한 실태를 모르고 있지만 중국내에서 손꼽히는 몇몇 기업집단이 PLA산하 기업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총후근부(우리나라의 군수사령부에 해당)의 신흥총공사, 총참모부의 보리집단공사, 총정치부의 개리공사,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의 신시대공사등이 PLA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중국내외에 지사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기업집단들이다. 삼구제약은 신흥총공사 산하로 중국내 3천여개 제약회사 가운데 랭킹 5위, 제조업체로는 1백위권내의 회사이다.
군부대 운영비와 장비현대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PLA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수는 2만여개. 무역 제조 금융 건설업을 비롯, 농장 식당 호텔 가라오케 등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고 있으며 총매출액은 지난해 중국 국방예산 7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1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군수업체는 개혁 개방정책이후 평전결합(민수품생산에서 전시군수품 생산체제로 신속전환) 이민양군(민수품생산을 확대시켜 군수기업의 자금을 확보하고 종업원의 취업안정 도모)등 4대 원칙하에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군수업체들은 3만5천여건의 군수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했으며 총생산량중 민수품 생산비중을 올해말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아래 8백여종의 민수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전차 야포등 군장비를 생산해 온 최대의 군수업체 중국북방공업총공사(NORINCO)는 기업소개책자에 국제무역 금융 기술 서비스를 취급하는 다기능무역회사로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70여개국 3천여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대학들도 기업경영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베이징대·칭화(청화)대등 명문대학은 물론 대부분의 대학들이 연구성과를 상품화, 학교재정의 일부를 충당케 한다는 목표아래 자체기업을 운영하거나 「복덩어리」외국학생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베이징대가 설립, 운영하는 기업은 중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북대방정집단공사를 비롯, 모두 38개나 된다. 베이징대 34개학과보다 4개가 더 많은 수치다. 베이징대의 조우 치차오 부교무장은 『국가에서 지원받는 교원들의 임금외에 학교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담장을 허물고 상가를 분양하는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대학의 행정요원 다수를 학교기업에서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기업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군이나 대학의 이런 경제활동이 중국인들에게는 이상한 것도 특이한 것도 아니다. 누구라도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군이나 대학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군대의 경우 중앙군사위원회가 기강해이, 부패만연, 그리고 지방정부와의 유착으로 인한 통제의 어려움등을 우려, 지난해부터 산하기업의 정비에 나서긴 했지만 경제활동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요즘의 중국은 개혁·개방초기 개체호(자영업자)가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부상하던 수준을 벗어나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단위가 돈을 보고 뛰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베이징=김삼우 기자>베이징=김삼우>
◎광고시장 “황금알 낳는 거위”/전국의 전문업체만 1만6,000여개/작년 매출규모 1조 8,000억원이나/매체 증가속 허위·과대 부작용도
중국 광고시장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중국에서 첫 상업광고가 시작된 것은 상하이(상해) TV방송국에서 상업TV광고를 한 지난 79년부터이다. 그 이후 15년이 지난 94년말 현재 중국 광고시장 규모는 1백80억위안(원)(한화 1조8천억원상당)으로 급성장했다.
중국내 최대광고시장인 베이징(북경)을 중심으로 중국전역에 1만6천여개의 광고전문업체들이 성업중이며 이들 회사들은 광고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최근 2∼3년간 연평균 46%의 높은 매출액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광고시장의 이같은 급성장은 시장경제 도입후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도시는 물론 시골학교의 담벼락 어느 곳에서도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는 정치적 이념의 대자보 물결은 이젠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화장품이나 생활용품등을 선전하는 각종 대·소형 광고물들이 그자리를 메우고 있다.
최근 중국의 광고열풍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절반 가까이가 광고의 영향을 받고있다」는 한 여론단체의 조사결과 발표가 말해주듯 중국인들의 일반 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선천국제기업복무공사(국제기업복무공사)의 리지지(이극극·35)부사장은 『10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소비자들은 상품이 잘 팔리지 않아 광고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광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같은 의식변화는「광고를 많이 하는 상품일수록 잘 팔린다」는 시장경제의 기본논리가 중국인들의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중국 광고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자 중국 광고시장에서 80%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신문등 인쇄매체가 매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 80년이전 1백30여종에 불과하던 인쇄매체는 지난해까지 2천여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14개 성정부가 발행하는 일간지 성지들조차도 기존 4면체제에서 8∼12면으로 증면해 고정 광고면을 신설했을 정도이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방송매체도 상업광고를 하고 있고 매년 그 매출액이 50%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 광고산업의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들어 과대·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해 중국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선정적인 광고물이 점차 증가하면서 사회윤리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광고물을 제재할 법적제도의 정비에 나서 지난해 10월말 「중화인민공화국 광고법」을 제정해 공포했으며 금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광고산업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 성장의 가속도를 절대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베이징·선천=장학만 기자>베이징·선천=장학만>
◇중국 기동취재반
이병규 (정치2부차장)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하종오 (사회2부기자)
김병찬 (문화1부기자)
김삼우 (체육부기자)
이동국 (정치1부 기자)
김병주 (경제2부기자)
김 혁 (전국부기자)
장학만 (사회1부기자)
김건수 (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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