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장병들의 한국인에 대한 범죄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람을 깔보는 미국인의 우월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해서 일반시민의 감정도 좋지 않다.23일 하오 서울 용산에서는 각종 시민 종교 학생단체들이 성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는데 앞으로 반미감정과 여론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양호 국방장관은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같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한 미군장병들의 한국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제도적 장치를 단단히 해두는 일이 급하다.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한·미 행정협정」의 불평등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이 미군 현행범을 잡아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일방적인 처리절차부터가 문제다. 미군 당국에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내야 하고 조사를 하더라도 미군측이 입회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한국측 조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현행범이라도 미군 영내로 도망쳐 버리면 한국 경찰이 신병확보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의 불평등 조항이다.
처음부터 왜 이런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원망스럽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 않다. 잘못된 것은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문제는 협정자체에만 있는게 아니다. 재판권을 포기하는 한국측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91년 협정의 일부가 개정되어 살인 강도 강간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집단폭력등 주요 범죄에 대해서도 1차적인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67년부터 92년 8월까지 발생한 4만7천여건의 미군 범죄에 대해 한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0.7%인 3백42건 뿐이다. 유럽지역 국가에서는 52%, 일본은 32%, 필리핀은 21%에 이르고 있다. 이는 곧 미군에게 치외법권을 인정해주려는 것이나 결과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정부가 먼저 단호한 태도로 나서지 않으면 미군장병들에게 두들겨 맞거나 성폭행당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 병사들의 행패가 늘어날 경우 그동안 돈독하게 유지되어 왔던 양국 국민간의 우호친선 분위기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수로 문제나 무역마찰로 최근의 한·미 관계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님을 다같이 인식해야 한다.
미군 당국도 자체 내부의 군기교육과 정신교육을 보다 강화하여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글리 아메리칸(추한 미국인)의 계속 출현은 어느쪽에도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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