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내문학평론가 염무웅(54·영남대 독문과교수)씨가 16년만에 새 평론집을 냈다.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창작과비평사간)라는 긴 이름의 5백쪽 가까운 이 두터운 평론집은 백낙청씨등과 함께 진보적 시각으로 우리 문학의 앞길을 헤쳐온 그가 「한국문학의 반성」(76년) 「민중시대의 문학」(79년)이후 세번째 내놓은 비평집이다.
76년 교수재임용제의 첫 케이스로 해직됐고, 지금도 민예총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염씨는 엄혹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삶의 모습이 문학에 똑같은 무게로 운반되기를 바랐던 자세를 이번에도 내비치고 있다. 문익환, 고은, 민영, 김남주, 문부식, 이호철, 현기영, 유시춘등 시인 소설가의 작품이 전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에게서 작가로서의 순수한 감성과 더불어 「민족통일의 꿈」(문익환) 「유폐의 몸으로 어설픈 싸움에서 진정한 싸움으로의 전화」(김남주) 「민족의 역사적 운명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심리소설의 방법」(김향숙)을 읽어내는 것은 리얼리스트로서의 평자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제 우리 소설에는 아무런 희망의 조짐도 낙관적 전망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단정적 평가에서 드러나듯 90년대 중반에 그가 동시대의 작품을 바라보는 눈에는 일정한 절망이 담겨 있는 것 같다. 「1994년에 바라본 한국소설의 풍경화」에서 그는 「목표 잃은 개인들의 고단한 일상과 소외된 자아의 메마른 내면풍경이 사막처럼 전개」되는 현장을 보고 있다. 건강한 창조력의 쇠퇴로 요약될 수 있는 상황이다. 50쪽 분량의 이 글에서 그는 자기인식의 치열성을 주제로 김향숙 윤정모의 소설을, 가족소설의 여러 양상을 살피면서 박완서등의 작품을, 「고립과 단절을 넘어」라는 소제목아래 김영현 최윤 원재길등의 소설을 논하고 있다.
평론집에는 작가들의 인간적인 측면이 드러나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67년 신동문시인 아래 신구문화사에서 근무하며 고은 김수영 이호철 최인훈 김현 이문구 박태순 송기원등과 만났던 이야기를 그 호탕하고 요란했던 술자리의 기억과 함께 풀어놓는등 여러 문인들과의 인간적인 만남을 정감어린 글로 작가평마다 덧붙였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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