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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대북우호조약 “고민”/자동군사개입 폐기땐 대북영향력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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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대북우호조약 “고민”/자동군사개입 폐기땐 대북영향력 타격

입력
1995.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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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하자니 남북한 균형전략에 어긋나/개정시한 내9월러시아가 지난 61년 구소련과 북한간에 체결된 우호협력및 상호원조조약을 개정 또는 폐기할 것인가.

최근 서울을 방문한 파벨 그라초프러시아국방장관은 이 조약의 제1조 자동군사개입조항이 낡고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북한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옐친대통령도 지난 94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에게 이 조항의 사문화를 약속한바 있다. 러시아는 이미 이 조항을 북한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한해, 또 의회의 동의를 받는다는등 소극적으로 해석해왔다.

오는 96년 9월까지 유효한 이 조약은 9월까지 조약 당사자들이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따라서 러시아는 조약개정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8월말까지 의사를 표명해야 하나 최근들어 한반도 정책에 대한 균형문제가 제기되면서 조약 개정의지가 많이 퇴색된 상태다. 외무부와 국방부 일각에서는 이 조약이 개정 또는 폐기된다면 러시아의 대북한 영향력은 완전히 상실될 수도 있으며 한반도 문제에 러시아가 참여할 수 있는 「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라초프장관도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 『한국과 중국등을 방문해 동북아 집단 안보체제를 논의했다』고만 말했을 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유물인 이 조약을 21세기까지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조약을 개정할 수있는 방안이 없어 고민중이다.

만약 러시아가 이 조약을 개정한다면 중국이 북한과 군사개입에 관한 조약을 맺은 유일한 국가가 된다. 가뜩이나 대북 영향력을 중국에 넘기다시피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앞으로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안보체제문제에서 더욱 소외되는 현실에 부딪치게 되는 셈이다. 북한도 이 점을 의식, 러시아측에 조약의 개정은 양국간 유대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한국측으로부터 이 조약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한반도문제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 남북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조약을 개정하되 그 의미를 살리거나 실질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새 조약을 북한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쨌든 김일성사후 김정일 체제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추진하려는 러시아에 이 조약은 더 이상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계륵이 돼버린 것같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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