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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칸영화제/박래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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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칸영화제/박래부(메아리)

입력
199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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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축제는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칸국제영화제 본선에 한국영화가 진출하지 못한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영화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장선우감독의 다큐멘터리 「한국영화 씻김」이 이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다는 사실도 큰 위안은 되지 못한다.

이럴 때 자랑스러운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서편제」를 떠올리게 된다. 「달마가…」는 89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후 국내에서 찬탄 속에 소개되었고, 반대로 「서편제」는 국내에서 개봉되어 많은 관객의 눈을 적신 후 93년 상하이영화제에서 오정해에게 여우주연상을, 임권택에게는 감독상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말 일본에 장기취재를 갔을 때, 20대인 한 일본여성으로부터 『도쿄에서 상영된 「서편제」를 두 번이나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었다. 「서편제」의 주제는 흔히 「판소리꾼의 득음에 대한 처절한 집념과 한」이라고 얘기된다.

돌아온 후 한 달 쯤 지나 TV에서 설 특집으로 방영하는 「서편제」를 밤 늦게까지 다시 보면서 「한국인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한의 정서가 일본인까지 감동시키는 보편적 정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마가…」는 절제되고 함축적인 대사와 풍경화 같은 영상언어로 불교적 무의 미학을 표현함으로써, 서구인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충격을 주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발달한 영화기법이나 특이한 스토리 전개등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우리가 누대로 지니고 살아온 한국적, 혹은 동양적 세계관을 광부처럼 깊이 파고듦으로써 묻혀있던 삶의 의미를 새롭게 드러내 주었다. 또한 그것들은 우리가 늘 보면서 사는 자연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우수한 영상미로 재해석하면서 정서적 위안을 주었다.

국제영화제가 평가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씨받이」 「아다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하얀 전쟁」등 다른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을 보더라도 깊이 있는 주제설정과 자연해석이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에 이른다는 점을 말해 준다.

근래 우리 영화는 상업주의로 치달으면서 이 점에 등한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칸영화제 운영자들의 안목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나태일 것이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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